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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태를 걱정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달동안이나 파업이 장기화 됐던 MBC 문화방송 사태가 공권력의 투입과 노조원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번지고 말았다.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MBC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방송프로그램들의 편성과 제작이 파행상을 보일때 회사측과 노조측이 대화와 상호양보로 사태를 해결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바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쟁점인 제작 관련 3개국장 임명권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이요,경영권이라는 이유로 종전의 3배수 추천제의 절대불가를 회사측은 고수했다. 반면에 노조는 추천제가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므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자세였다. 이같은 극한대치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노사간의 불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이번 기회에 해묵은 노사갈등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노조측은 이러한 회사측의 강경자세가 대선을 눈앞에 둔 「권력의 방송장악 기도」로 보고 회사의 노조원 징계와 고소에 경영진에 대한 맞고소로 대응해온 것이다.
공권력 투입으로 MBC 노조의 농성은 해산됐으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노조원들은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장외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히고 있으며,일부 지방방송사의 동조파업으로 변져가고 있다. 사태의 개선 없이 파행방송은 더욱 장기화될 것 같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우선 양쪽의 경직된 자세다. 양쪽이 한발짝씩 물러나서 제작3국장 추천제를 대부분의 언론기관이 채택하고 있는 임명동의제나 중간평가제로 바꿀수도 있었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또 정치권과 각 사회단체에서도 중재와 타협안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성급하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이제 급한 일은 하루속히 방송을 정상화 하는 것이다. 공정방송이 목표인 이상 노조원들은 가급적 빨리 방송 현업에 복귀해 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공정방송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경영진이나 간부와의 토론과 대화를 통해 불공정을 막고 국민이 바라는 공정과 균형을 실무적으로 관철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회사측도 공정방송에 대한 실천의지를 보여 노조와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공명선거를 위해 중립내각을 구성하고 관권선거를 않겠다고 다짐했다. 방송도 이러한 시류의 변화에 맞게 정도를 걸어야 한다. 노조쪽의 피해를 최소화 하여 노사간 갈등을 줄임으로써 MBC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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