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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기준」효과 의문"|「공정」조항 미흡|고속력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방송학자·3당 정치인 「기준안」토론회>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방송위원회(위원장 고병익)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선거에 즈음해 구속력·제재력을 갖지 못하는 방송위 선거방송기준의 실효성과 방송위 자체의 위상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거방송에 관한 기준안 토론회」에서 방송·정치관계 학자들과3당을 대표한 정치인들은 ▲각 후보들에게 「등시간 원칙」을 지키는 것 ▲「순수한(bonafide)」뉴스의 개념 등에 대해 뜨거운 관심과 대립을 보였다.
방송위의 의뢰로 「선거방송에 관한 방송위원회 기준안」을 작성한 김우룡교수(외대 신방과) 등 방송위 편성정책연구위는 이날 발표에서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판단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특집기획물과 연예오락프로의 내용을 피한다 ▲명백한 인신공격이 방송되면 해당후보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제공한다 ▲ 「순수한」뉴스의 내용은 방송사 자율에 맡기고 ▲후보자 정당의 의석수와 정치적 비중을 고려해 방송시간이 방송사에 의해 정해질 수 있다 ▲정치광고·협찬 광고 등을 불허한다는 등을 골자로 한 시안을 내놓았다.
토론에 참여한 최창섭교수(서강대)는 『방송위의 시안이 보다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 방송사·정당·사회단체 등이 함께 참여, 방송을 감시하는 공동협의체를 선거기간에 한시적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윤영오교수(국민대 정외과)는 『정치적 비중을 의석수만으로 계산하는 것은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적용되는 것』이라며 『원내교섭단체 등의 자격 제한을 전제로 해 후보자들에게 등시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부영 민주당최고위원은 『14대 총선과 최근의 MBC파업에 이르기까지 방송위의 기능은 선언적인 수사에만 머물러왔다』며 『시기적절한 심의와 즉각적인 발표를 통해 「선거방송 기준」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최고위원은 또 『정치적 균형과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공보처 등 정부의 입김을 원천적으로 막아야하며 방송사의 편성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감시기능을 존중·반영하는 제도적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기교수(외대)도 『소수당이 집권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비중」을 방송사가 미리 따져 시간을 배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효성교수(성대)는 『「순수한」뉴스를 강조할 수록 뉴스거리가 많은 큰 정당에 만 유려하다』며 『형평의 원칙이 물리적 시간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반론권이나 심의사항 등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두완 국민당홍보위원장은 『방송사 자율이 기조가 된 이 시안에서 권력과 밀착한 방송인들이 더욱 문제』라며 『중립내각을 구성하듯 방송위원회·방송사경영진도 선거에 즈음해 중립적인 인사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이훈상 공보관은 『대통령 선거법에서 후보자들의 TV토론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나 각 당이 합의하지 못해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며 『선언·기준·법 등보다 실제적인 운용의 합의 도출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자당금기도의원은 『방송위의 규정이 너무 세부적이면 정치활동 자체가 불법적으로 되는 자승자박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방송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특집기획물·연예오락프로에서의 인신공격과 반론의 기회 제공은 규정하기도 어렵고 실효성도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방송위는 2일 한국프레스센터 언론연구위 강의실에서 방송 현업인,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기준안에 대한 2차토론회를 연후 기준을 확정하고 세부시행규정을 마련, 시행에 들어간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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