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협 재개 움직임/「고합」 장회장·남포조사단 잇따라 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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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핵문제 걸림돌 제거돼야 본격화 될듯
장치혁고합그룹회장이 북한을 다녀오고 남포조사단 일정이 합의되는 등 기업인들의 북한방문이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이다.
장 회장은 지난달 22∼26일까지 북한을 방문,합작사업을 논의한 뒤 중국을 거쳐 30일 귀국했다.
또 지난 1월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방북때 제기된 남포조사단 파견문제도 9개월 가까이 우여곡절을 거듭하다 30일 남북한 양측이 조사단 일정과 구성인원에 최종 합의했다.
장 회장의 북한방문은 그동안 재벌총수들의 방북이 정부차원에서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주도된 것과 달리 자체적으로 추진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정주영회장(당시)이나 김우중회장이 정부측의 사전조정을 거쳐 다분히 경협의 밀사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이번 장 회장의 경우는 경제적인 고려에 의한 순수민간차원의 방문에 가깝다는 것이다.
남포조사단도 아직 여러가지 낙관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최초의 민관합동사절단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며 특히 경공업합작투자여서 내년초쯤이면 생산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 경협분위기가 무르익을 듯 하다가 주변 환경변화로 금세 식어버린 경험을 수없이 되풀이 해온 터에 이번 일들로 남북경협에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정부는 아직도 북한의 핵문제를 남북경협의 선결과제로 삼는다는 기본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우중회장 대신 대우그룹의 임원을 남포조사단장으로 애써 삼은 것도 핵문제 해결이전에는 무게 있는 남북한경협이 어렵다는 우리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 회장은 이번 방북기간중 북한측과의 견해차이로 구체적인 합작사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남포조사단도 3박4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산업시찰 수준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홍승일·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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