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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품위유지”위한 “필요악”(공무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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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역유지·동창·친지 등 다양/자리따라 차이… 인사운동도/뇌물성 후원 받았다 낭패도
충남 연기군 관권부정선거 수사당시 한준수 전 군수가 부정선거자금이라고 폭로했던 대아건설 수표 1천만원에 대해 이를 건네줬던 이종국 전 지사는 『친지들이 준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조직적인 선거자금이나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도지사로서의 업무수행에 이것저것 씀씀이가 많아 스폰서들이 도와준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이 전지사의 주장은 진실성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고위공무원들도 정치인들처럼 스폰서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공무원들은 충분치 못한 판공비 등으로 조직은 물론 자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어서 스폰서들로부터 적지않게 도움을 받고 있다.
스폰서는 즉각적인 반대급부의 기대없이 평소 친분관계를 유지하려는 재력가나 「우리지역 사람하나 키워주자」는 지역유지,동창,심지어는 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원도 금전적·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인맥 등을 동원한 인사운동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어 스폰서들의 역할은 공직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내무공무원의 경우 시장·군수 등 지방기관장으로 나갔을때 지역유지·지역사업가들과 유대관계를 맺어 자연스럽게 스폰서가 형성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환경처 모국장의 경우 후배직원이나 친구들을 접대할때 자신의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실정을 알게된 고교동창이 서울 강남지역의 술집을 알선해줘 언제든지 이곳을 이용하면 친구가 결제해주는 방식으로 체면유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조직보다 스폰서 활동이 활발한 곳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로 알려져 있다. 평소부터 친분관계를 쌓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목적형」스폰서들이 적지않은데다 권력지향적인 우리 사회의 전통때문에 지역의 후원이 각별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모국장이 밝히는 자원스폰서는 경우가 특이하다. 이 스폰서는 이 국장이 서울시내 구청장시절 관내에서 특별한 사업도 하지 않던 유지로 구정자문위원을 자청한뒤 각종 구청행사의 금전지원은 물론 국장·과장 들에게도 수시로 식사 등을 대접하며 환심을 사려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스폰서를 자원했던 것은 자신의 사위감을 고시출신 사무관중에서 고르려는 의도에서였고,이 구청장이 알선해준 사무관과 자신의 딸의 혼담이 깨지자 구정자문위원 자리를 곧바로 내놓고 구청출입을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고소득 전문직업인인 의사·약사가 포진하고 있는 보사부 역시 동창·친구들로 이루어진 스폰서군을 많이 거느린 부처로 알려져 있다.
약정국 모간부는 『국내 제약회사 개발실 간부들은 모두 약사들로 보사부에 근무하는 선·후배 공무원들의 술값·골프경비 등을 책임지는 스폰서를 맡아온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고 말한다.
스폰서와 관계를 잘못 활용해 낭패를 본 공무원들도 있다. 모 권력기관의 한 간부는 지역기관장으로 있던 시절 스폰서들과의 골프회동에서 내기골프를 벌여 2천여만원을 챙겼다가 말썽이 나 그뒤 계속 한직으로 전전한 예가 있다.
또 「뇌물성」지원을 덥석 받았다가 사정기관에 적발되는 사례도 있어 공무원들에게 스폰서는 양과 질의 조절이 민감한 「약」과 같은 것이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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