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옥중경영' 변호사가 집사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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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용호 게이트'의 주범인 이용호(45.李容湖) 전 G&G그룹 회장이 구치소에서 4개 상장 및 코스닥기업을 인수하는 등 활발한 옥중 경영을 했음이 드러났다. 그에게 '집사' 역할을 해주는 金모(30.구속)변호사의 도움 때문이었다.

李씨는 지난 5~10월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매일 접견 오는 金변호사를 통해 회사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리고 金변호사의 휴대전화로 외부에 있는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렸다. 검찰에 파악된 통화 횟수만 4백35차례다.

그는 먼저 자신이 경영하던 'G&G 구조조정'에서 99%를 출자한 구조조정전문회사 지엠홀딩스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 회사를 통해 D사 등 4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던 삼애인더스의 경영권 재인수를 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金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차명주식의 처리를 지시하는 내용 등이 담긴 5건의 문건을 불법으로 반출시켰다. 보내지 않은 6건도 이번에 구치소에서 압수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李씨가 증권단말기(PNS)를 통해 직접 주식을 주문했다. 변호사가 오전에 건네준 단말기를 접견실과 감방에서 사용하다가 오후에 되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가 단말기로 조회한 건수는 무려 2만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옥중에서도 코스닥기업 I사의 시세조종을 한 단서가 포착돼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주식을 매집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 李씨는 "지인에게 빌려준 60억원을 회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재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李씨는 지난달 초 불법 통화 사실이 적발되면서 서울구치소에서 안양교도소로 이감됐다. 李씨는 함께 수감된 김인태 경남종건 회장(해외도박 혐의) 측으로부터 金변호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金변호사는 이를 인연으로 ▶나라종금 대주주였던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권해옥 전 주공사장(윤창열 게이트 연루)▶김홍업씨의 측근인 유진걸.이거성씨 등의 접견을 도맡았다.

이들은 재소자들 사이에서 'A그룹'이라고 불렸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원배.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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