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마주제 도입 시급/승부 조작 파문속 43돌 맞는 마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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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단기대책/①말 마스크·기수 안경 장화색 통일/②출발전 기수 불필요한 행동 제재/③부정의 온상인 TV경마소 직영/④낙하산 인사 배제 등 마사회 개혁
29일로 창립 43주년을 맞는 한국마사회(회장 유승국)가 승부조작 수사에 이은 관련자들의 잇따른 자살파문으로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마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회훈인 「공정 경마 구현」이 무색하게 됐을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성장과 발전이 모두 온실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경마의 이같은 취약성은 단일마주제라는 독특한 경마형태에서 비롯된다. 홍콩·일본·미국 등 경마 선진국과는 달리 시행체인 마사회가 말과 기수·조교사 등을 모두 고용해 경마를 실시함으로써 항상 경마팬들로부터 「서로 짜고 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켜 왔다.
자유경쟁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 때문에 기수·조교사들은 경마브로커들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마사회도 경마팬들의 이같은 불신을 의식,지난 4월 당초 예정된 95년보다 2년 정도 빠른 93년 7월 개인주마제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개인마주제는 개인·법인 등의 마주가 기수·조교사를 고용,경주에 참가시켜 성적에 따라 상금을 획득하는 한편 마사회는 경마시행만 담당하는 진일보한 경마형태.
마사회는 7백59명의 개인 마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완료,30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번 사건으로 예정을 앞당겨 올해안에 개인마주제를 실시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
개인마주제가 시행되면 근본적으로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 전이라도 부정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관계자들은 경마의 승부조작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말의 마스크 색깔 통일과 ▲기수의 안경·장화를 비롯,유니폼 단일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씨름의 샅바매듭처럼 ▲말의 고삐매듭을 규격화시켜 승부조작 정보유출의 길을 막고 ▲야구의 투수모션 제약과 같이 출발전 기수의 불필요한 행동도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마사회가 양적 팽창에만 몰두하고 운영개선을 등한시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높다.
8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경마열풍은 해마다 30% 이상 매출액이 급신장 하면서 올해는 1조원 돌파를 바라볼만큼 시장이 커졌다. 이러한 급성장에 「효자」노릇을 한 것이 장외발매소(TV경마소)로 전체 경마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할만큼 마사회의 주된 수입원이다.
마사회가 직접 운영하는 두군데를 포함,현재 18군데의 장외발매소가 영업중인데 이들은 거의가 폭력조직과 연결되어 각종 경마부정의 온상이 돼왔다. 일례로 지난 4일 개장한 서울 창동 발매소에는 조직폭력배들이 몰려온다는 정보에 따라 경찰 2백명이 출동한 적이 있으며 19일에는 장외발매소를 무대로 10억여원의 사설마권을 팔아온 임영수씨(45·무직)가 구속된바 있다.
특히 장외발매소는 한 경주에 20만원까지만 돈을 걸게 돼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큰손」들에게 제한 없이 마권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마떼기(사설마권)가 성행,도박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마사회는 인사적체 해소 등을 위해 금년말로 계약이 끝나는 16개의 민간 장외 발매소를 모두 직영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민간업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그동안 추진이 지지부진 했는데 앞으로 강력히 밀고 나갈 구실을 찾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의 마사회 임원에 대한 낙하산식 인사가 경마를 더욱 병들게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도 6명의 임원 가운데 마사회 출신은 단 1명뿐으로 나머지는 군·정계에서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다. 마사회와 경마는 전면적인 개편·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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