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특별시 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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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뮤지컬 '캣츠'의 개막 공연이 있던 지난달 31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1500여 석의 객석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공연되기 이전 한 달 가량 전체 공연의 사전 예매율은 50%를 훌쩍 넘긴 상태. 대구가 언제부터 이토록 뮤지컬 인기가 높았을까. 로비에서 만난 대구시민 김광현(44)씨는 "최근 공연이 끝난 '미스사이공'은 서울보다 객석이 더 꽉 찼다고 들었다. 요즘 대구에서 괜찮은 뮤지컬 한 두 편 안 보면 대화에 끼질 못한다"고 말했다.

'제1회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공연장 중 하나인 수성아트피아.

'캣츠'의 시작과 함께 '제 1회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도 사실상 막이 올랐다.(공식 개막일은 5월20일) '캣츠'와 같은 대형 뮤지컬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먼저 막이 오르는 건 처음이다. '캣츠' 개막 공연이 끝난 뒤 열린 오프닝 파티에서 페스티벌 이필동 집행위원장은 "대구를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올해 첫 발을 내디딘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의 현장을 속속들이 들여다 봤다.

#탄탄한 인프라=뮤지컬 페스티벌은 7월2일까지 열린다. 1000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 4곳(오페라하우스.시민회관.수성아트피아.동구문화체육회관), 400여 석의 중극장 하나(봉산문화회관) 등 다섯 곳이 주무대다.

이중 시민회관만이 다소 낡았을 뿐, 나머지는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개관한 수성아트피아의 경우, 객석과 무대가 밀착돼 객석 맨 끝이나 좌우 가장자리에서 보기에도 별 불편함이 없었다. 무대 앞뒤, 좌우 폭이 오히려 1층 객석보다 더 커 '뮤지컬 전용관'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최근 리모델링한 봉산문화회관 역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온 가족이 나들이 삼아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필동 위원장은 "계명대.경북대 대강당 등도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1000석 이상의 고급스런 공연장이 8군데나 확보된 상태다. 이 정도면 서울보다도 훨씬 좋은 인프라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빈약한 프로그램=제1회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엔 모두 26개의 공연이 올라간다. 공식 초청작 6편, 창작 지원작 5편과 대학생 출품작 15편 등으로 구성됐다. 작품 수로는 구색을 갖추었지만 '캣츠' 에 비하면 다른 작품의 지명도가 크게 떨어진다.

특히 공연기간이 너무 짧다. '캣츠'만 한 달 내내 진행될 뿐 나머지 작품들은 이삼일 공연하고 바로 막을 내린다. 뮤지컬로 뜨거운 열기를 뿜기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는 "뮤지컬은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규모의 경제물'이다. '캣츠'가 공연되고 있는데 똑같은 시기에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대구에서) 공연할 대형 뮤지컬은 없다"고 분석했다.

페스티벌이라는 의의를 살려 티켓 값을 낮출 경우 시장 왜곡으로 이어져 이후 공연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다른 공연물은 1만~3만원이면 볼 수 있지만 '캣츠'만큼은 서울과 비슷한 13만~3만원의 티켓 값을 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뮤지컬 페스티벌. 과연 대구가 구조적 한계와 시민의 요구를 함께 충족시키는 새로운 모델을 찾을 수 있을지. 대구는 지금 시험대 위에 서 있다.

대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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