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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연금개혁] 끝없이 말바꾸는 정치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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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회의원뿐 아니라 대선 후보와 정당들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바꿔왔다.

지난해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TV 토론 때 "국민연금이 지금 상태로 가면 2048년에 파탄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맞게 노후 연금액(소득대체율.현재 60%)을 40%로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부가 지난 10월 말 소득대체율을 50%로 깎는 것을 골자로 한 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자 사각지대 해소방안 미비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23일 개정안을 심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그 전에도 왔다갔다 했다. 문민정부 시절 연금 개혁을 주장하다 정권이 바뀐 뒤인 1998년 연금법 개정 때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55%으로 내리자는 정부안을 되레 60%로 올린 바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1~2002년 국정감사 때 "소득대체율이 너무 높은 데도 개혁하지 않느냐"며 정부를 비판하다 올해는 "소득대체율을 너무 낮췄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홍신 전 의원은 2001년 "선진국과 비교해 보험료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노후소득보장(소득대체율)을 약속하고 있다.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가 올해는 "급여 수준을 낮추는 것은 국민연금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법 개정안을 반대했다. 윤여준 의원도 올해 국감에서 "정부 개정안이 기금 고갈 시기를 2070년으로 연장한 것에 불과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尹의원은 2001, 2002년 국감에선 "현행 소득대체율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급여 축소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대선 후보 TV 토론 때 "수지를 맞추기 위해 연금액(소득대체율)을 깎는다고 하면 용돈 제도가 돼 본질을 훼손한다"면서 "연금액을 55~70%는 유지해야 하며 최소한 55%로 내리는 수준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4일 복지부 업무보고 때 복지부가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는 등의 안을 보고하자 "연금 개혁은 수급자가 적은 때(지금) 하는 게 좋다. 수급자가 많아지면 손대기 어렵다"고 지시했다.

50%로 내리려는 복지부의 방침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지난 10월 정부안을 확정하는 국무회의 때에도 국민에게 불가피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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