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 싸고 영­독 “냉기류”/양국 견해차 커 유럽통합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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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환시 혼란 독 고금리가 부채질” 영/“허약한 영국경제 「거품」 터진 것” 독
금리정책을 둘러싸고 영국과 독일 관계가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주 「검은 수요일」로 일컬어지는 최악의 통화위기를 경험한 영국언론들의 독일비난은 「신사의 나라」란 말을 무색케할 정도로 원색적이다.
「독일과 전쟁­오늘 콜 총리는 빌헬름황제 시대의 투구를 썼다」(데일리 익스프레스),「독일인,영국인의 등에 비수를 꽂다」(데일리 메일),「메이저,본에 조준사격」(타임스).
언론뿐이 아니다. 영국사람은 너도나도 나서서 「독일민족이 본색을 드러냈다」(빌 워커의원)는 등 한마디씩 거들고 있다.
모두가 독일의 고금리정책을 비난하는 소리다.
대독일 비난의 선봉에 선 영국인은 현재 사입압력을 받고 있는 노먼 래먼트 재무장관.
그는 지난주 영국이 파운드화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결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서 잠정탈퇴하는 등 대혼란을 겪은 것은 바로 독일의 고금리정책 때문이라고 주장,독일이 현재의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ERM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측의 이같은 비난에 대해 독일측도 만만찮게 맞서고 있다.
영국측의 비난에 대한 독일측의 입장은 분데스방크대변인의 다음과 같은 표현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속죄양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영국은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기집 문단속부터 잘해야 한다.』
독일측은 자신의 고금리정책이 파운드화의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영국 자신에 있다고 반격하고 있다.
즉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지면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늘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기본인데 영국은 거꾸로 된 통상정책을 수행,연말까지 무역적자가 GNP의 1.7%에 달하는 10억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독일의 60∼70%밖에 안되는데다 현재 2백75만명(9.7%)에 달하는 실업자수가 연말까지 3백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인플레는 4.2%에 달하고 있는 등 허약한 경제여건이 파운드화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영국인들은 제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환투기 등에 몰두,그동안 영국경제의 실상보다 과대평가돼온 파운드화의 거품이 터지고 말았다는 것이 독일측의 진단이다. 결국 파운드화를 살리는 길은 영국경제를 회생시키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독일측의 「매정한」 대답인 셈이다.
양측의 견해차가 이처럼 맞서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당분간 금리를 인하할 기미가 없기 때문에 파운드화가 안정을 되찾고 ERM에 복귀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지지율 31%로 인기가 바닥권인 메이저총리에게 계속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영국의 유럽통합조약 비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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