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아이들에게 희망·위안 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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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너도 하늘라나리야'의 이금이 작가(左)와 출판사 푸른책들 신형건 대표. 20여년간 서로의 창작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해준 문학 동료다.[사진=양영석 인턴기자]

동화책 '너도 하늘말나리야'(이하 '너도…')가 화제다. 3월 말 판매부수 30만 돌파를 기념해 특별한정판 3만부를 찍었는데 두 달여 만에 그것도 동났다. '초판 3000부'도 많다는 요즘 출판 현실에 비추어볼 때 대단한 약진이다.

비결이라도 있을까. 저자 이금이(45) 작가와 출판사 푸른책들의 신형건(42) 대표를 만났다.

동화의 탄생 배경은 1984년까지 올라갔다. 이들은 당시 각각 동화와 동시로 새벗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문우(文友)다. 이 작가는 고교 졸업 뒤 혼자 동화 습작에 매달리고 있었고, 시인을 꿈꾸던 신 대표는 치과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였다.

"둘 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 체계적으로 배울 데가 없었어요.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상대 작품을 평가해줬죠."(신)

작품 구상부터 의논하고, 초고를 보여주고, 고치고…. 이렇게 주고 받은 편지가 수백 통이 넘었다. 그 사이 이 작가는 결혼해 충북 청원 농촌에 정착했고, '영구랑 흑구랑'(91년),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94년) 등을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신 대표는 경기도 평택에 치과의원을 열었다. 창작활동도 계속해 대한민국문학상(90년).한국어린이도서상(94년) 등 굵직굵직한 상도 받았다.

"한번은 만났는데 신 대표가 복권을 사더라고요. 복권 당첨되면 출판사 차리겠다고요. '그러면 내가 전속작가 돼야지' 했는데…."(이)

말이 씨가 됐다. 98년 신 대표는 복권이 당첨되지 않았는데도 돌연 출판사를 차렸다.

"국내창작 아동물이 1년에 20~30종밖에 안 나왔을 때였어요. 대부분 번역서였죠. 한국작가들은 출판기회를 얻기조차 힘들었죠. 저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신)

그때 이 작가가 첫 책으로 내라며 건넨 게 '너도…'다. 그 뒤 이 작가의 책은 모두 푸른책들에서 나왔다. 처음엔 병원과 출판사를 겸업했던 신 대표는 2000년 아예 병원 일을 접었다. 푸른책들에서 그동안 내놓은 130종의 책은 모두 국내 작가의 작품이다.

'너도 …'의 매력에 대해 두 사람은 '희망찬 결말'을 꼽는다. 부모의 이혼과 사별 등으로 상처 입은 미르.소희.바우가 서로 감싸안으며 하늘말나리꽃처럼 꿋꿋이 자랄 것이라는 희망이다.

"요즘 동화들은 암담한 현실만 보여준 채 끝나는 경우도 많아요. 문학적 완성도를 말하면서요. 하지만 동화는 희망과 위안을 주어야 합니다. 아이는 어른과 다르거든요." 두 사람이 한목소리를 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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