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잇몸을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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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기쁨으로 꼽히는 식도락. 하지만 입안이 헐거나 치아나 잇몸이 병들면 산해진미도 견이불식(見而不食: 보고도 먹지 못함)이다.구강은 몸의 건강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한다. 실제 신체 질환의 90%는 입안·잇몸·치아·혀·침 등 구강에 병의 흔적을 남긴다.

#침과 건강

갓 태어난 신생아의 스트레스 정도는 침 속의 코르티솔(침 속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로 확인된다. 환경 독소, 마약 등 약물 복용, 간염.에이즈 등 전염성 질환도 침검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머잖아 당뇨병.파킨슨병.간경화.전염성 질환도 침검사가 피검사를 대신할 전망이다. 침은 각종 병균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수문장 역할도 한다.

예컨대 감기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면 우선 침에 포함된 항체가 이들을 공격한다. 침에 포함된 히스타틴이란 단백질은 상주 곰팡이균인 칸디다 성장도 억제시킨다. 예컨대 에이즈.당뇨병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히스타틴 기능도 저하돼 입안 칸디다증으로 고생한다. 침에는 세균(박테리아)의 세포막.성장.대사 등을 파괴하는 효소도 포함돼 세균의 침입에 저항한다. 약물.노화 등으로 침 분비가 저하되면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입안은 병균의 온상

입속은 500종류 이상의 병균이 상존한다. 특히 잇몸 선을 따라 만들어 지는 플라크이 형성되면 병균은 더욱 번창한다. 만일 잇몸병이 생겼으면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를 방치하다간 궤양성 잇몸염 등 심각한 상태로 진행하기도 한다. 잇몸은 입안에 상주하는 병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잇몸 손상이나 잇몸 질환을 앓게되면 병균이 혈액을 통해 체내에 침입한다. 잇몸이 병균 침투의 통로를 제공하는 셈이다.

#구강 건강과 질병

구강 질환과 질병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즉 입안이 병들면 신체 질병이 초래되며, 지병이 있어도 구강 건강을 해친다. 지병이 있는 환자일수록 구강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는 치주 (잇몸) 질환, 입안 칸디다증, 설염 (舌炎), 혀의 작열감 등이 쉽게 초래되고, 또 악화된다. 당뇨병 환자의 입안이 이 곳에 상주하는 각종 병균이 번창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평상시 치아관리, 치과 치료시 증가하는 인슐린 요구량에 대비한 철저한 혈당관리가 필요하다.

심장질환도 잇몸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입안의 염증은 혈액을 응고시켜 온몸의 염증을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심장병 환자의 혈관이 막힐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동맥경화 환자는 이런 혈액응고 물질이 전신을 돌다가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잇몸 질환이나 치아 손실은 관상동맥 질환 위험성도 높인다. 실제 외국의 연구 결과, 28개의 치아 중 9개가 없는 사람은 관상동맥 질환 발생률이 48%, 10개 이상인 사람은 60%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임신부 역시 잇몸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잇몸 질환이 있으면 아이를 일찍 출산하는 조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구강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생하는 미숙아, 저체중 출생아의 18%가 산모의 구강질환과 관련 있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잇몸염을 일으킨 세균이 혈액을 타고 태반을 침범, 태아의 성장을 막는 데다 출산 유도물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구강 건강을 위해선

올바른 칫솔질과 치실 사용은 기본이다. 6개월마다 정기적인 구강검진도 필요하다. 또 침 분비를 위해 음식을 오래 씹는 습관을 들인다. 질병이 있는 환자는 평상시, 치료 전후, 반드시 치과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표 참조>

구강 건강을 지키려면

■ 식후, 간식을 먹은 후에도 양치질을 한다.

■ 하루 한 번은 치실을 사용한다.

■ 6개월에 한 번은 치과 검진을 받는다.

■ 흡연을 하지 않는다.

■ 플라크는 발견 즉시 스케일링 받는다.

■ 잇몸 질환은 즉시 치료한다.

(잇몸의 염증.통증.구취.고름.치열 이상.치아 손실 등)

■ 칫솔질을 할 때 피가 나면 즉시 원인을 찾아 해결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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