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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기자의맛고GO!] '청춘구락부' 양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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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에서 만난 사자나 호랑이는 먹잇감을 잡으면 가장 먼저 내장부터 먹는다. 왜 그럴까? 어릴 적부터 무척 궁금했다.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묻다 "맛있는 살코기를 나중에 먹으려는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답을 듣기도 했다. "초식동물의 위나 내장에서 반쯤 소화된 풀을 통해 육식동물이 평소 섭취하지 못한 식물성 영양분을 해결하려는 것"이란 제법 그럴듯한 답도 얻었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설득력이 있진 않았다. 오히려 "뭔지 몰라도 내장 부위가 제일 맛이 있으니 먼저 먹지 않겠느냐"는 되물음에 그나마 수긍하며 어린 시절을 넘겼다. 그리곤 세월이 흘러 소주를 기울이는 나이가 된 뒤에야 비로소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초식동물의 위, 그러니까 소고기로 치면 첫째 위인 양' 때문이란 걸.

양은 소가 가지고 있는 네 개의 위주머니 가운데 첫째 위를 말한다. 둘째(벌집), 셋째(천엽), 넷째(막창)에 이은 곱창(작은창자)과 대창(큰창자)을 통틀어 소 내장 중엔 최고급의 부위로 꼽힌다. 특히 '특양'이라고 하는 앞쪽 두툼한 '깃머리'는 소 한 마리에서 기껏해야 800g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깃머리는 보양식으로 양즙을 내서 먹을 만큼 영양가가 높다. 다이어트에 좋은 섬유질도 많아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는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부위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라페스타 근처에 있는'청춘구락부(031-925-8899)'는 양구이 전문점이다. 양의 최고품으로 치는 뉴질랜드산 소의 것만 쓰는데, 목초를 먹고 자라 양이 두툼하고 실하기 때문이라고. 레드와인.감초.사과를 주재료로 만든 각기 다른 양념에 세 차례 재워 하루 이상 숙성시켜 낸단다. 숯불에 구운 양은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 등심에 박힌 떡심을 씹는 부담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다. 조개 관자를 씹는 듯한 즐거움이다. 여기에 육지 고기 특유의 풍부한 맛이 가득하다. 안심이나 등심 같은 살코기와 또 다른 차원의 맛이다.

찍어 먹는 소스는 두 가지. 양의 고유한 맛을 고스란히 즐기려면 소금 기름장을 쓰면 된다. 감칠 맛을 더하려면 고춧가루가 들어간 빨간 소스가 제격이다. 달콤.새콤한 맛이 살짝 가미돼기 때문이다. 양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대창은 엄지손가락 굵기. 기름에 대한 저항감 없이 쫀득한 맛을 넉넉히 맛볼 수 있다. 드레싱을 달리한 세 가지 채소 샐러드 등 밑반찬도 푸짐하다. 게다가 작은 그릇에 개인별로 묵사발까지 내줘 양이나 대창을 구워 먹은 뒤 따로 식사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1970년대 영화 포스터와 오래된 흑백사진으로 실내 장식을 해 양과 대창이 익는 동안 덤으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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