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쑥!] 무턱대고 외우기보다 시대 흐름 파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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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수능부터 고려대ㆍ연세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 인문사회계열에 국사 과목이 필수가 돼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 중구 덕성여중에서 응시생들이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제2회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를 치르고 있다. [사진=조문규 기자]

2010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고려대ㆍ연세대ㆍ성균관대ㆍ서강대 등 주요 사립대학의 인문ㆍ사회계열에 지원하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 과목을 꼭 선택해야 한다. 현재 고1부터 상위권 학생들은 국사를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22%에 지나지 않았다. 내용이 방대한 국사보다는 근ㆍ현대사 등이 시험에 대비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중국ㆍ일본과 역사 왜곡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는데 시험에서의 유ㆍ불리만 따져 국사를 등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늘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들이 국사 공부에 시간을 할애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국사편찬위원회 주관 ‘역시(歷試ㆍ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1ㆍ2급은 지난해 치러지지 않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은 민은기(19ㆍ연세대 경제학과 1학년)군과 노민혜(18ㆍ전주상산고 3학년)양으로부터 국사 공부법을 들어 봤다. 무턱대고 외우기보다 흐름과 맥락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이야기다.
 
◆교과서가 ‘마르고 닳도록’=민군은 교과서를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고3때는 국사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6~7번을 통독했다.
“우리 국사 교과서는 상당히 함축적으로 서술돼 고등학교 수준에서 이해하기 쉽지는 않아요. 많이 읽어 봐야 사실과 사실, 시대와 시대 사이에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죠.” 밑줄을 그어 암기하기보다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과 논리를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수능이나 역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민군의 생각이다. “처음 정독할 때는 한 달 가까이 걸렸지만 횟수를 반복할수록 시간은 크게 줄고 읽을 때마다 더 많은 것이 보여요.”

민군은 교과서를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한해 자세하게 풀어 쓴 참고서를 활용했다. 민군은 “참고서는 종류마다 중요하게 부각하고 있는 부분이 달라 지나치게 의존하면 균형 감각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교재인 역사 부도를 진도에 따라 적절히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외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국사가 싫었다는 민군은 “중학교 때 각각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흥미를 갖고 배워 두고 고등학교 때 그 사건들 사이에 고리를 엮는 법을 익히면 국사 공부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동기 부여해야=노양은 조기 교육의 효과를 본 경우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노양의 아버지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여러 지역의 문화유적 답사여행을 함께 다녔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노양은 주말 답사할 곳에 대해 사전 자료를 혼자 찾아보기 시작했고, 국사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소현세자''조선 시대 여인들이 어떻게 살았나'같은 책들 이 고교 입학 전에 노양이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다. 노양은 “아버지와 함께 고증에 충실한 역사 드라마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이 늘 즐거웠다”고 기억했다.
 조기 교육은 노양에게 딱딱한 교과서를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눈을 길러 줬다. “다른 아이들은 역사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느낌과 연도와 인물들을 달달 외워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교과서를 읽다 보면 아빠와 갔던 여행지나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 떠올라 지루한 줄 모르죠.”

노양은 교과서와 선생님 수업 외에 ‘문제풀이’를 위한 별도의 과외 학습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교과서 한 단원을 읽고 나면 자신만의 연표나 지도를 스스로 그려 보기도 하고, 한 사건과 관련된 역사적 흐름들의 상호 연관을 그림으로 그려 보는 것이 노양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글=임장혁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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