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세제개편 내용(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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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로소득세와 중소제조업체의 세금경감을 골자로 하는 92년도 세제개편안이 2일 확정,발표됐다. 이번 개편안의 내용은 개편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과 세부담의 경감에만 주안점을 둔 나머지 세수확충 문제는 아예 덮어두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의 물가·임금상승분을 근로소득세율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라든가,과세소득 포착률이 서로 다른 각종 소득간의 형평문제를 감안 하면 근로소득세를 줄이는 조치 자체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현실속에서 그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개별세목에 대한 수정은 항상 전체 조세구조가 지향하는 목표와 세목간의 관계에 대한 종합적 배려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나,그동안 여러 다른 세목들에 대해서도 수정필요성이 제기돼 왔던 사실에 비추어 보다 포괄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재무부 당국자는 대선정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에 전반적인 세제개편안을 내놓을 경우 세금 깎아주기 경쟁이 벌어져 세율체계에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부분개정의 변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와 중소기업의 세금경감만을 돋보이게 한 이번의 개편안이야말로 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 행정의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달 정부·여당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공무원 봉급인상 등의 이유로 정부안의 예산규모를 더욱 늘려놓은 사실과 이번의 세법개정안을 짝지워 생각하면,정부와 여당이 세금은 깎고 씀씀이는 늘리는 일에 너무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소득세법의 개정내용을 살펴보면 소득단계를 5단계에서 6단계로 늘린 것이 눈에 두드러진다. 소득단계의 많고 적음은 각각의 장단점을 지니는 것이지만,기왕 2년전의 세제개편에서 8단계를 5단계로 줄이는 쪽을 선택한 이상 이번에도 그때의 원칙을 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행 조세체계상 근로소득세 면세자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데도 또 다시 면세점이 대폭 인상된다는 것은 존중돼야 할 국민개세 원칙에 그만큼의 흠집이 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조세기능이 추구하는 목표들은 소세관련 법규의 합리화와 조세행정의 개선이라는 두개의 축으로 달성된다. 따라서 설령 이번에는 많은 법규들이 개정대상에서 제외된다 하더라도 세무행정의 개선을 통해 조세형평의 구현과 세수확충의 효과를 극대화 하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은 특히 우리 조세현실의 결정적 허점으로 남아 있는 재산소득세,사업소득세,상속·증여세,그리고 부가가치세의 과세특례자 부문에서 크게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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