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고비로 급감… 올핸 “잠잠”/북한 군사훈련 줄인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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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침위협 감소… 궁지에 몰리면 기습여지/핵개발에 힘쓰려는 전략변화 가능성도
최근 북한이 계속된 경제난과 유류 부족으로 군사훈련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풍문」이 사실로 밝혀졌다.
국방부가 내부용으로 작성·분석한 북한인민군의 각종 훈련감소 실태자료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61년 구소련과 체결한 조소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따라 86년 이후 동해상에서 소련 극동함대가 출동한 가운데 대규모(약50만명) 연례 해상기동 훈련을 실시,남한의 팀스피리트 한미연합훈련에 대비해 왔었다.
물론 북한은 소련과의 지상훈련은 실시하지 않았으며,바로 그런 점을 들어 남측이 미군을 한반도에 끌어들여 대규모 북침훈련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북한은 실제로 남측 팀스피리트훈련에 대응키 위해 때맞춰 기동훈련을 경쟁적으로 실시해 왔으며 이로 인한 유류소모는 북한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북한은 따라서 팀스피리트훈련을 정치적인 측면 보다는 현실적인 경제적 측면에서 중지해줄 것을 요구해 왔었다.
또 북한은 최근 남측 상공에서 24시간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는데도 북측 상공에는 단 한대의 전투기도 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심각한 유류난을 잘 입증해주고 있다. 또 이번 자료에서 나타났듯이 해·공군 합동훈련의 경우 84년 2회(연간),86년 3회,87년 4회로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88년을 고비로 2회로 줄어들기 시작,90년 2회,91년 1회로 격감하다가 올해들어서는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이같이 각종 훈련을 감소시킨 잉여병력을 주택건설 현장·탄광 등 「노력봉사」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단독으로 남침,승리할 것으로는 아무도 확신하지 않고 있으나 체제생존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개발,기습적인 대남 무력도발을 감행할 여지는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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