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재용기자의행복연금술] 100 - 나이 = 공격적 투자 비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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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친구의 부탁은 웬만해선 뿌리치기 힘들다.'

미국 애리조나대 심리학과 로버트 치알디니 석좌교수가 그의 책('설득의 심리학')에서 지적한 '호감의 법칙'이다. 말 그대로 친한 사람이 부탁하면 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응해줄 수 밖에 없는 상태로 몰리는 심리 상황을 뜻한다.

이 법칙에 가장 쉽게 말려드는 국민을 꼽으라면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일게다.아직도 친인척이나 학교 선후배 등 가까운 주변인들이 어느 날 불쑥 찾아와 부탁하면 계획도 없던 보험.예금 상품을 덜컥덜컥 들어주는 게 우리네 정서니까.

2년 전 쯤 지방에 사는 40대 가장은 이런 강권을 뿌리치지 못하다 보니 가입한 보험만 11개에 달하더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내오기도 했다.대다수 서민들이 '정(情) 마케팅'에 얼마나 휘둘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치밀하고 계획성 있는 재테크 전략을 짤 수가 없다.

어느 정도는 냉정하게 '원칙과 룰'을 세우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그러기 위해선 기준이 있어야 한다.하나하나 따져보자.우선 자기 소득의 얼마 만큼을 보험료로 내는 게 좋을지 정하자.그렇게 하면 보장 내용이 중복되는 보험상품을 서너개씩 드는 우를 피할 수 있다.보험 전문가들은 소득의 8~10%가 알맞다고 말한다.건강 보장을 위한 보험에 1~2%,자동차 보험에 1~2%,사고나 장애가 생길 경우 남은 가족을 챙길 수 있는 종신보험은 소득의 6~8%가 적당하다는 것이다.다만 투자의 개념이 가미된 변액보험까지 포함하면 자기 소득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도 괜찮다.

이른바 '몰빵 투자'로 빚어지는 후유증을 겪지 않으려면 펀드 투자에도 기준을 세우자.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바로 나이와 재정 상황일 것이다.그 중 쉬운게 바로 '100-나이 법칙'이다.투자자산 비중을 정할때 100에서 자신의 나이 만큼은 원금 손실이 없는 안전 자산에 배분하자는 전략이다.

예컨대 30세라면 70%는 펀드나 주식 등 공격적인 투자 자산에,나머지 30%는 예금 같은 곳에 넣어두면 된다. 60세일 경우엔 안전 자산 비중을 자신의 나이(60%) 만큼 늘리고 반면 원금손실이 나는 투자자산 비중은 40% 밑으로 내리면 된다.'빚 관리'도 원칙을 정하고 통제해야 한다.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출금은 급여의 30% 이상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30%'범주 안엔 원금을 매일 갚아야 하는 부채 원금을 갚기 위해 따로 챙기는 저축도 들어가야 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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