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 사퇴 여부 두고 네티즌 '설왕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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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늑장수사를 놓고 이택순 경찰청장이 직접 지휘 소홀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수사팀 감찰 결과가 발표된 25일부터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커뮤니티 등에는 "이 청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아직도 버티는 이유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 최기문 전 청장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문제다"(jk8304) "내 눈엔 물타기로 비친다. 이미 부하 경찰관들이 물러나라고 야단인데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가려는가. 물러나라"(ysh5252) "경찰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alr0156) 등의 글이다.

이와 반대로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검찰에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고 밝힌 이 청장을 두둔하는 댓글도 일부 눈에 띈다.

"지금 사퇴를 요구하는 경찰 내부의 말은 무시해도 된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경찰청장도 죄가 있으면 옷벗게 돼 있다"(kinye74) "일선 경찰들이 경찰청장더러 물러나라니 적반하장격이다. 일선 경찰들은 경찰총장에게조차 믿음을 못 줬다. 오죽했으면 검찰에게 수사의뢰했겠는가?"(yukiche8421) 등이다.

한편 사이버경찰청 경찰관 전용방, 무궁화 클럽, 폴네띠앙 등 경찰들이 주로 찾는 게시판에도 경찰 수뇌부를 비난하는 글과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자는 글로 설왕설래다. 일부 경찰게시판의 운영자는 이 청장의 사퇴 요구 글이 올라오는 즉시 삭제하는 등 여론 확산을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성해야…"=28일 오전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 앞서 이택순 경찰 청장은 "15만 경찰을 대표하는 총수로서 현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25일 홍영기 전 서울경찰청장과 김학배 서울청 수수부장 등 일선 지휘관들이 줄 징계를 받은 뒤 사흘만이다. 그러나 이 청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건을 값비싼 교훈으로 삼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성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대 출신 간부들은 28일 저녁 이 청장의 사퇴 요구 파문, 보복 폭행 사건을 둘러싼 은폐 의혹 등에 대해 긴급 모임을 열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하위직 경찰 공무원들의 모임인 무궁화 클럽은 28일 오후 2시 경찰청 앞에서 이택순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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