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과천시의 여성 비하 간판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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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과천시가 여성을 상품화하는 광고 간판을 모두 철거키로 했다고 한다. 참으로 잘한 일이라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도시의 간판은 공해 수준을 넘어 소리 없는 폭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광고 간판의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과천시가 규제 대상으로 예시한 '어우동' '과부촌' 같은 상호는 차라리 점잖다. 반라의 여성이 유혹하는 사진이나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원색적 용어가 담긴 간판과 현수막이 도처에 널려 있다. 가족과 함께 외출이라도 했다가 그런 간판을 마주치면 낯이 뜨거워질 정도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 같은 여성 비하적 간판을 보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의식을 자연스레 익혀갈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여성단체들이 '여성의 상품화'라고 누누이 지적해 왔지만 우리 사회는 그 같은 비판에 무심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과천시뿐 아니라 파주나 동탄신도시, 그리고 서울의 일부 구청도 무질서한 광고 간판을 규제하는 행렬에 동참했다고 한다. 한 건물에 내걸 수 있는 간판의 개수를 2개 이하로 줄이거나 지주형.돌출형 간판의 길이를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차제에 다른 지자체들도 과천시처럼 도시 전체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들어있는 간판을 몰아내는 과단성 있는 조치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간판 교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비용 지원뿐 아니라 그 도시의 색깔과 이미지를 살린 도시미학적 간판 디자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획일적인 크기나 모양은 지양하되 조화와 통일감 있는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얼굴을 만들어 가는 일은 지자체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품격 있는 도시, 걷고 싶은 거리, 그리고 이를 통한 쾌적한 내 고장 만들기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