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고개 젖혀 캔 음료 쭉 ~ 마실 수 없나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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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목뼈(경추)는 인사를 하기 위해, 또는 좌우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목적은 4㎏이나 되는 머리를 지탱하는 것이다. 목의 맨 위쪽 뼈의 이름은 '아틀라스'. 우주를 힘들게 짊어진 그리스 신의 이름이 바로 목뼈의 '힘겨운 책무'를 대변해준다. 현대인의 목뼈가 수난이다. 1자목, 또는 거북목으로 기형화(?)하면서 갖가지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머리를 돌려보자=지금 내 목뼈는 정상일까. 우선 앉은 상태에서 목이 좌우 똑같은 각도로 돌아가는지 돌려본다. 다음은 고개를 젖혀 캔 음료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실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만일 이 두 가지 동작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병원에 가서 X선 사진을 찍어보길 권한다.

목은 7개의 뼈가 블록처럼 쌓여 인대와 건(힘줄)에 의해 유지된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폈을 때 7개의 경추가 예쁘게 아치형으로 늘어서야 정상이다.<그림> 뼈 끼리 잘 맞물려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용수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1자목은 경추의 커브가 적고, 뼈와 뼈 틈새가 넓어 작은 충격에도 쉽사리 어긋난다. 목이 쉽게 삐끗하거나 잠을 잘못 자 아침에 고개를 못 돌리는 현상은 모두 목뼈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목이 어긋나면 자세가 불안정하고, 그 결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경추는 0.8㎜만 어긋나도 불협화음을 낸다. 어깨결림과 만성피로는 물론 두통과 수족 냉증까지 온다. 특히 경추 2번이 어긋나면 중심이 흔들리고, 귓속 세반고리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멀미를 한다. 장기적으론 목뼈의 뒤틀림을 보상하기 위해 척추까지 변형이 온다. 요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목뼈를 건강하게=고침단명(高枕短命)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금언이다. 높은 베개가 목뼈를 1자목으로 만드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뼈의 각도를 가장 잘 살려주는 베개의 높이를 선택해야 한다. 반듯하게 누워 잘 때는 6~8㎝, 옆으로 누울 때는 어깨 높이를 고려해 2㎝ 정도 더 높게 취한다. 또 베개가 어깨를 받쳐줘야 안정적이다. 알람시계를 머리맡 뒤에 두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잠에 취해 시간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목뼈가 어긋난다.

너무 푹신하거나 딱딱한 베개도 위험하다. 전자는 경추의 곡선을 유지할 수 없고, 후자는 목 근육과 골격을 다칠 수 있다. 컴퓨터 중에서도 데스크톱보다는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목뼈가 더 취약하다. 눈의 위치가 아래를 향하고 있어 거북이처럼 목을 빼고 작업하기 때문. 불가피하게 목에 부담을 많이 준다면 틈틈이 목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어릴 때는 보행기가 요주의 대상이다. 걸음마를 하기 전 보행기를 타면 등뼈의 정상적인 커브가 만들어지기 어렵고,자주 넘어지면서 경추가 어긋날 수 있다는 것.

◆목을 삐끗하면=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주위 근육이나 인대는 팽팽히 긴장한다. 목을 움직일 수 없고, 근육은 염증을 일으켜 열을 내고 붓기까지 한다. 이후 통증은 차츰 사라지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뼈가 어긋난 채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젓가락.필기구를 쥐면 힘이 좀 빠지는 느낌이 든다거나, 손을 어딘가에 부딪혔을 때 전기가 오듯 일시적으로 저린 현상이 나타나면 목 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또 양손 중 한쪽 손만 힘이 빠지고, 어깨와 뒷목을 이어주는 승모근이 눌린 것처럼 무겁기도 하다.

가벼운 증상은 간단한 체조로 극복을 한다.<그림>

요령은 힘을 싣지 말고 가볍게 하기. 손과 머리 사이에 달걀을 쥐고 있다고 상상하며 깨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준다. 잠을 잘못 잤을 때 이 체조를 하면 통증의 80%가 사라진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척추센터 김기택 교수, 제일정형외과 오재인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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