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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송인성(서울대의대 교수·내과)식도 이완불능 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모 대학 교수가 편지를 보내왔다. 대학에 다니는 딸이 1년 전부터 음식을 자꾸 토해내고 삼키지를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내시경검사 등을 해보았으나 별다른 병이 없다는 얘기였다. 나중엔 신경성으로 진단되어 정신과에 다니고 있으나 별 차도가 없고 점점 몸이 야위어간다는 것이 요지였다.
식도협착이나 식도암 등 식도가 좁아지는 질환없이 멀쩡하게 생긴 식도를 가지고도 잘 삼키지 못하고 토하게 되는 병이 식도이완불능 증이다.
식도의 맨 밑, 위와의 경계부위에는 오물 치기 근육이 있어 씹어 삼킨 음식이 내려오면 때에 맞춰 근육이 이완되어 위로 음식을 내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근육이 음식을 삼켰을 때 이완이 안되고 계속 조인 상태로 있으면 음식이 위로 내려가지 못하여 먹을 수 없게 된다. 이 병에서는 식도 자체의 연동운동도 소실되어 식도의 컨베이어벨트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더더욱 음식을 삼키기 힘들게 된다.
이 병은 주로 20∼40대의 젊은 층에 많으며 식도근육 층 내에 있는 신경다발이 소실되어 생기게 되나 직접적인 원인은 잘 모른다.
식도협착이나 식도암의 경우 처음에는 밥 등 고형음식이 잘 안 내려가다 차차 유동식도 삼키기 힘들게 되고 결국 식도 안이 완전히 막히면 물도 삼키기 어렵게 되나 이 경우는 처음부터 고형음식뿐 아니라 물도 삼키기 힘들어 환자를 놀라게 한다.
이 병은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식도내시경 등 검사로는 식도 내에 음식이 고여 있는 것 외에는 탈이 없어 보이고 증상이 저절로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기 때문에 환자는 신경성이나 꾀병으로 오인 받아 오랫동안 고생을 하게 되는 수가 많다. 식도X선 촬영을 해보면 식도가 쌀자루처럼 늘어나 있고 식도 하단부가 새 부리모양으로 좁아져 있어 쉽게 진단된다. 최근에는 식도의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 이 병의 확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병은 쉽게 고칠 수 있다.
가슴이나 배를 가르지 않고 내시경을 보면서 식도와 위의 경계부위에 풍선을 밀어 넣고 밖에서 공기를 불어넣어 원인이 되는 오물 치기 근육을 절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1주일 내에 먹는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다.
이 교수의 딸도 요즘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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