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반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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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27면

로봇과 인간의 대립을 다룬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미래에 로봇의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발달하면 로봇이 사람을 공격해 로봇과 인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봄 직하다. 모든 로봇을 통제하는 대장 로봇의 명령에 따라 수많은 로봇이 동원되어 사람들을 몰아내고 세상을 지배한다. 많은 인간이 희생되고 로봇에 붙잡히지 않기 위하여 숨어서 살며, 게릴라 조직을 만들어 반전을 꿈꾼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우진의 로봇 이야기

정우진 고려대 교수  기계공학

일찍부터 이러한 우려를 했던 SF 작가 아시모프는 1942년 발표한 그의 저서 『로봇』에서 로봇 3원칙을 얘기했다. 로봇 3원칙이란 사람에 대한 공격 금지, 명령 복종의 의무, 로봇 자기 보호의 권리다. 최근에는 유럽로봇연구자연대와 한국 산업자원부 등에서 로봇 윤리헌장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도 로봇의 반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로봇 연구자와 자동차 제조자가 공동으로 자동차의 자동주차 시스템을 개발할 때의 일이다. 로봇 연구자는 차 범퍼에 붙어 있는 초음파 센서가 충돌 직전임을 알려주면서 자동으로 차가 멈추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자 측은 위험할 때 차가 항상 자동으로 멈춘다고 운전자가 믿게 된다면 사고 발생 시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가 불분명해지므로 단순히 경고음만 주고, 브레이크를 밟든지 말든지 운전자에게 맡겨 둬야 한다고 했다.

항상 운전자에게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이 더 발전해 믿을 만한 무인 자동차가 나오면 운전자 대신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엄격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로봇도 도구이기 때문에 그 역할은 ‘사람이 원하는 일을 잘해 줄 수 있는 범위내’로 제한받게 된다. 현실세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로봇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냉철한 시장 메커니즘이 도구로써 도움이 되지 않는 로봇 자율성에 관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도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먼 미래에도 로봇은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는 도구의 영역에 머물게 될 것이다. 로봇이 수행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항상 그 일을 시킨 사람에게 물을 수 있도록 로봇의 역할을 제한하는 범위 안에서 로봇 기술의 발전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들 수 있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세상에서 어느 정도의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소프트웨어 영역의 반란을 일으킨다면 인간 세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모든 기술 개발은 컴퓨터를 편리한 도구로 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대적인 관계에서 로봇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실제 미국 국방부는 2015년까지 지상군 작전 차량의 3분의 1을 무인화하려 하고 있다. 무인 항공기가 전쟁에서 널리 쓰이는 데서 보듯, 굳이 로봇의 반란이 아니더라도 무인 장비에 의해 사람이 공격당하는 상황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까지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은 로봇과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끼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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