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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경제진출 들뜨는건 금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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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냉전체제 붕괴 이후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전은 세계 각국에서 점차 가열되고 있다. 우리는 그같은 현상을 유럽공동체나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서 보게 된다. 일본은 동남아에서 산업생산의 주요거점을 확보한데 이어 동북아에서의 경제적 패권을 지향하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대외경제 협력은 정치·외교적 이익의 확보에서 경제실리를 추구하는 형태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한중수교는 양국간의 실질적인 경제협력 방안과 그 추진속도에 따라 주변국가의 대외경제 전략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반대의 움직임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수교에 따른 여러 제약요인으로 인해 대중교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기업들이 수교발표와 동시에 중국시장 진출에 성급하게 뛰어들고 있다. 마치 중국에 가면 거대한 노다지라도 발견되는 것처럼 요란하다.
우리는 한소수교 이후 각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소련시장을 겨냥한 각축전을 벌인 결과 무엇을 얻었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정부도 너무 서둘렀고,기업도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거덜이 난 경우가 많다. 또한 동구권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서 얻은 학습효과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모두가 좀 냉정해져야겠다.
정부는 그동안 한중간에 체결된 민간무역협정을 정부간 협정으로 대체하면서 우리측에 불리하게 돼있는 각종 규정을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우리기업의 합동을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바꾸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실험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교섭에서는 많은 마찰이 빚어질 소지가 있으므로 상사중재 협정의 체결도 급하다. 중국의 정치 및 경제정책·투자방안에 관한 분석과 신속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해 정부 및 각 경제단체의 조사업무가 강화돼야 한다. 우리의 독자적인 정보축적 없이 일본 등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동북아 질서변화에 따른 정부의 장기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발전략과 중국의 동진화 전략으로 이 지역에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될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비해 중국 및 북한의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기술이 결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바람직한 형태로 유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중국 주요성의 무역조사단과 경제사절단이 오고,우리측으로부터도 경제단체나 협회간부들의 방중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올해 양국간의 무역규모는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경공업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며,우리의 장점을 생각해 왔던 첨단산업분야마저 추월할 저력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 대중 경제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마련하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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