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 관계악화 최소화 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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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있을 한중수교는 정부가 추진해온 북방외교의 성공적 마무리이지만 대만과의 단교라는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이다. 대만정부는 한중수교에 따른 한대 국교단절에 앞서 22일 오후 스스로 한국과의 단교조치를 취했다. 대만의 선제단교 조치는 능동적 선택이라기 보다는 대만과의 단교라는 중국의 수교조건을 한국이 받아들인데 대한 수동적 대응으로 봐야 한다.
우리는 이미 본란에서 지적한대로 중국이 자기네는 남북한 동시수교를 하면서 같은 분단국인 우리에게만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하는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비논리를 우리정부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대만에 빚을 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는 대만측의 섭섭함을 덜어주고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부는 대만측의 격앙된 감정이 진정되는대로 범국민적인 사절단이라도 파견해 한대 양국민간의 우호·협력 관계가 손상을 입지 않고 지속되도록 이니셔티브를 취해나가길 촉구한다.
국교가 끊어졌다고 해서 양국민간의 역사적·실질적 우호관계는 끊어져서도 안되고,상호의존의 깊이로 보아 끊어질 수도 없다. 이러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국가관계에 버금가는 대표부를 유지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대만측에 대해서는 이렇게 사태가 진행된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중화민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먼저 한국과 단교를 선언한 것도 이해할만 하다. 섭섭하고 흥분된 상태에서 쏟아지는 대한 무역특혜 취소니,북한과의 관계개선이니 하는 등의 소리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때일수록 보다 냉정해야 한다.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하는게 화풀이는 될지 모르지만 도가 지나치면 똑같은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물론 우리 국민들은 지금 대만사람들에게 못할 일을 한 것 같아 어느정도의 항의나 불만은 받아들일 마음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도를 넘거나 중요한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것이면 그런 마음은 쉽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대만과 북한의 관계개선은 우리도 원하는바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단절을 각오하고 대만과 공식관계까지 갈수도 없는 것이고,기껏해봐야 경제협력과 교류증진 정도가 아니겠는가. 통상·경제·문화협력 분야라면 대만의 입장에서 남북한 어느쪽이 더 상호이익이 되는 파트너이겠는가.
형편이 어쩌다 보니 국교가 끊어지게는 됐으나 대만인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의는 변치 않았다. 대만측이 가급적 빠른시일안에 상처를 치유하고 한대간 실질 협력관계를 다시 추스리고 더욱 돈독하게 꾸려나가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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