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YS 밀월 급속 냉각 조짐/긴장 감도는 「이동통신」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와대 “집권이래 가장 강력한 결단” 강행/김 대표 논평거부속 참모들 강온 양론갈려
정부가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제2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자 여러가지 갈등국면이 조성되고 있어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야권의 의혹설 제기는 물론이거니와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민자당대표간에 한동안 형성됐던 밀월관계도 급속히 냉각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사돈인 최종현회장의 선경그룹에 제2이동통신이 예상대로 돌아간데 대해 청와대측의 엄격한 심사결과라는 변호에도 불구,▲노 대통령의 임기후 대비책 ▲정치자금 유입설 등을 들어 6공 최대 의혹사건으로 규정,6공 청문회 추진을 들고 나오고 있다.
○…사업자 선정결과가 TV스크린을 통해 발표되자 민자당 김영삼대표 집무실 주변에는 긴박감이 돌았다. 김 대표는 다소 굳은 얼굴로 『오늘은 아무것도 묻지말라』며 쏟아지는 질문을 뿌리치고 예정에 없던 긴급 당직자회의를 소집했다. 최창윤비서실장을 축으로 한 특보·보좌역팀도 대책을 논의했다.
김 대표측은 『증시붕괴·신당출현움직임 등 가뜩이나 악재가 겹치는데 노 대통령이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짐보따리 하나를 더 얹어주었다』고 잔뜩 불만섞인 표정들이다.
김 대표가 「이미 결정·발표된 사안」에 대해 앞으로 어떤 강도로,얼마나 더 물고 늘어질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참모진에서는 강온 양론이 있다.
강경론자들은 이날 오후 주례회동뿐만 아니라 금명간 다른 기회를 통해 김 대표가 국민들에게 반대입장을 거듭 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이 결정했으며 김 대표는 끝까지 반대했다』는 인식을 남겨야 한다는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한 측근은 『21일 김 대표의 강릉발언(지구당개편대회)을 주목하라』고 미묘한 귀띔을 남겼다.
그러나 온건파들은 이왕 이뤄진 결정을 돌이킬 수 없으며 더이상 이를 문제삼으면 노­김 연대전선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대표가 반대의 뜻을 여러차례 밝혔으니 그 정도면 대선에서도 「정상참작」이 되지 않겠느냐고 짚고 있다. 한 핵심측근은 『20일 오후 주례회동으로 노­김간에 이 문제는 봉합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그는 대선경접촉설에 대해 『김 대표가 선경과 얘기하면 쓸데없는 오해를 일으킨다』고 일축했다.
참모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1∼2일전 간접경로를 통해 『사업자는 선경이 유력하며 예정대로 발표될테니 김 대표가 이해해달라』는 뜻을 보내왔다고 한다. 김 대표와 측근들은 「실망스러운 응답」을 놓고 대처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동안 김 대표의 반대론을 외곽지원했던 황인성정책위의장은 온건수용론쪽에 서고 있다. 그는 당정회의에서 검증하겠다는 전제를 달지만 『행정적으로 선정에는 하자가 없다』는 의견이다.
김 대표의 대응방법이 강온 어느쪽으로 가든 28일 총재취임을 계기로 김 대표는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독자노선을 표방할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일치된 견해다.
○…청와대측은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관해 민자당을 포함한 정·재계의 연기주장은 있을 수 있으나 수용할 수는 없다는 확고한 방침을 굳혀왔다. 때문에 이날 사업자선정 발표에 대해 논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측은 김영삼대표까지 극구 반발함으로써 선정연기 여론이 조성되자 지난주 다른 고려는 일절 없다고 해명하면서 심사위의 평가를 기준으로 정부가 선정·발표를 강행토록 했다. 더이상의 방침변경이나 후퇴가 있을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결단은 집권후 보여준 결단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청와대측은 정치논리에 의해 경제논리가 더 침해될 수는 없다는 논리를 앞세우면서 퇴임을 앞둔 노 대통령의 자존심을 자주 거론해왔다.
정부고위대책회의는 지난주초 당초 계획에 따른 강행방침을 최종확인한뒤 민자당에 대한 설득작업을 했으나 대선을 앞둔 김영삼대표의 반대입장이 워낙 완강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체신부가 20일 심사종결후 즉각 발표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지체해봐야 말만 더 날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간 송언종체신부장관 등이 나서 YS를 설득하는 한편 설사 이를 연기하더라도 결국 최우수사업자로 선경이 결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YS의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YS도 청와대측의 이같은 의중을 알고 있어 지난주 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때 본격적으로 제기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YS가 주례회동 끝무렵에 이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말을 끊어 더이상 논의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측은 또 일부 언론과 당직자들을 동원한 YS의 반대캠페인에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청와대측은 YS가 20일 발표 때문에 이날의 주례회동에 불참하리라는 일부 관측에 대해 억측이라고 단언하는 등 겉으로는 태연한체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돈업체에 막대한 이권사업이 집권말기에 넘어간데 대한 국민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대해 속으로는 매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현일·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