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시아 뉴스, 아시아 시각으로 세계 전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주최한 '아시아·미디어의 미래' 심포지엄에 참석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리루이강(黎瑞剛) 상하이미디어그룹 총재, 한 훅콴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 편집장, 스기타 료키(衫田亮毅)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장(왼쪽부터)이 인터넷 시대의 언론 기능과 역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제공]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주최하고 중앙일보 등 아시아 주요 언론이 후원하는 '아시아의 미래' 포럼이 24일 도쿄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개막됐다. 올해는 아시아에서의 미디어의 역할과 미래상을 짚어보는 '아시아 미디어의 미래' 심포지엄이 함께 열려 더욱 관심을 모았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비롯한 언론사 대표들은 23일 열린 미디어 심포지엄에서 아시아 뉴스를 아시아적 시각에서 전달하는 매체가 나와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토론 참석자들은 또 인터넷 시대에 정보가 넘쳐나고 미디어 환경이 급변할수록 신뢰성 높은 매체로서 신문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는 데에도 인식을 함께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 스기타 료키(衫田亮毅)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장=10년 전 아시아 경제위기 때 실감한 것이 있다.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 가지 구상이 있다. 각 언론사가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신이든 포털이든 한 곳에 모아 (세계를 향해) 내보내는 것이다. 이는 종이신문으로는 곤란하지만 인터넷의 힘을 빌리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지구촌 저축액의 50% 이상이 동북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국제금융기관을 창설해야겠다는 염원으로 이어진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부상에 걸맞게 아시아의 뉴스를 아시아의 시각으로 세계로 전송하는 것이다. 우선은 각 언론사가 영어판 웹사이트로 뉴스를 내보내야 하고, 더 큰 구상도 필요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파이낸셜 타임스나 AP.AFP통신 못지 않은 아시아의 미디어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 한 훅콴 스트레이츠 타임스 편집장(싱가포르)=아시아 지역의 대두는 세계적 대세인데 그 정보는 아시아의 미디어가 가장 품질이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탐내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콘텐트의 배급에서 언어는 장애가 안 된다. 콘텐트 그 자체가 중요하다.

◆ 리루이강(黎瑞剛) 상하이미디어그룹 총재=중국에서도 시장경제 발달에 따라 미디어의 국제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증권시장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는 하루 네 번씩 영어로 경제 동향을 위성으로 미국에 송출한다.

◆ 홍 회장=한국이 처한 환경은 매우 독특하다. 첫째, 브로드밴드의 보급에서 한국은 세계 제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해마다 한 번은 한국을 방문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5년 후 미국에서 일어난다"고 말할 정도다. 구글.야후 등 세계적인 인터넷 업체도 한국의 독자적 포털 사이트와는 경쟁이 안 된다.

둘째, 한국의 독특한 정치.사회적 환경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공헌한 분들이 보기에는 메이저 언론이 너무 보수화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집권세력.진보세력에 의한 '메이저 언론 때리기' 현상이 있다. 그런 가운데 구독률 하락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한 훅콴 편집장=신문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로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는 수많은 정보 소스가 있기 때문에 신뢰성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 스기타 사장=한 민간 조사업체에 따르면 신문에 실리는 정보를 84%가 신뢰한다고 한다. TV는 64%, 기업 홈페이지는 63%였고 인터넷 게시판은 5%에 불과했다. 정보가 범람하는 가운데 무엇이 진짜 정보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신속성은 인터넷이 할 수 있지만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를 읽는 분석과 해석은 신문 몫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 '아시아의 미래' 포럼=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94년 창설한 국제회의다. 아시아의 정.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의 아시아 공동체와 경제통합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13회인 올해 포럼에는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 한명숙 전 총리, 한승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 왕이(王毅)주일 중국대사, 팜자키엠 베트남 부총리,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일본 자민당 간사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 아소 다로(生太郞) 일본 외상 등이 함께했다.

<기조 연설>

"고품질 정보가 신문 존재이유"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지난해 4월 뉴스위크 한국어판 커버스토리 제목은 '신문과 TV는 죽었다'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필립 메이어 교수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종이신문의 쇠락이 이어져 2040년이 되면 신문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신문 산업은 정말 깊은 늪에 빠져든 것일까.

사실 뉴스를 얻는 핵심매체로서의 신문의 위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신문을 외면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신문 구독률도 하향추세다. 광고주에게도 신문은 수많은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의 옵션처럼 돼 버렸다.

하지만 신문으로선 상황이 어려울수록 최고 품질의 기사와 논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독자에게 고품질의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또 신문이 보유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인터넷.방송.잡지.모바일 등 독자가 원하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중심에 신뢰와 고품질을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를 지닌 신문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의 중요성은 영원하다.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와 뉴스를 갈무리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은 오랜 기간 훈련 받은 전문 저널리스트 집단의 몫이다. 정보와 뉴스 전달의 나침반 역할은 사라질 수도, 포기돼서도 안 되는 언론의 핵심 기능이다. 탄탄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미디어그룹이 이런 역할에 충실한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이다.

"미디어 미래는 콘텐트가 좌우"
리루이강 상하이미디어 총재

중국의 미디어는 급속하게 팽창 중이다. 지난해 전국에 2000개의 채널이 있고 TV 수신기가 4억 대에 이른다. TV 시청자는 12억 명이다. 거의 모든 중국인이 TV를 본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속속 등장하는 신기술은 미디어산업을 융합의 시대로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1997년 중국 국민의 하루 평균 TV시청 시간은 3시간5분이었으나 지난해는 2시간56분으로 줄었다. 반면 인터넷 이용시간은 2004년 말 주당 13.2시간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16.9시간으로 늘어났다.

상하이미디어그룹(SMG)도 그런 영향을 받고 있다. SMG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현재 13개의 TV채널과 라디오 방송으로 1억 명의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의 방송 외에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와 연계한 콘텐트 제공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방송에서 시작해 신문.인터넷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콘텐트도 소비자 맞춤으로 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광고주를 세분화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던 광고를 일정한 커뮤니티의 욕구에 부응하도록 형태를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결론은 콘텐트의 질과 다양성이다. 이건 신문 독자나 TV 시청자나 마찬가지다. 미디어 회사가 제공하는 콘텐트에 소비자들이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그 회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콘텐트 창출에 미디어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