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친노 386의원들과 술자리 … 출마 여부 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해찬(사진)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고민 중이다.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 "나는 (대선 출마) 생각이 없지만 불가피하게 요구한다면 나라도 나가서 흥행에 도움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친노(親노무현)인 백원우 의원이 전했다. 이 전 총리는 22일 친노 386의원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모임에서도 비슷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20년 정치 역정을 겪으면서 한국 정치의 현실에 책임을 느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동석했던 의원들은 "이 전 총리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과 윤호중.서갑원.이화영.김형주.김종률.한병도 의원이 참석한 저녁식사는 서울 안국동의 한정식 집에서 7시부터 4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이 전 총리를 비롯해 모두들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전 총리도 술이 취했지만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그 와중에도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성숙, 사회적 대통합, 국가경쟁력 강화 등 4대 국가경영 비전 실현을 위한 역할이나 노력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킹 후보자'든 '킹 메이커'든 적극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언급도 여러 번 했다. 이 전 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대통합 신당을 받아들여 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대의지만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좋은 표현"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전선을 그어 나가야 한다. (범여권 주자들이)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 제시가 취약한 것 같다"며 "나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하는 어떤 정당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노 세력과는 선을 긋고 친노 진영에 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또 당 사수를 주장하는 일부 친노 의원을 의식한 듯 "(통합과 관련해) 자기 주장만 펴서 고립을 초래하면 안 된다"며 " 소수파가 되지 말고 집권할 수 있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대선 승리를 위해) 범여권이 분열해선 안 된다. 큰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의 출마론을 놓고 친노 진영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윤호중.이화영.김종률 의원 등은 찬성 쪽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도 한 방송에 출연해 "개혁세력의 대표 주자로서 이 전 총리의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운영 능력에 비해 대중적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재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대중적인 지도자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