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20년 정치 역정을 겪으면서 한국 정치의 현실에 책임을 느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동석했던 의원들은 "이 전 총리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 의원과 윤호중.서갑원.이화영.김형주.김종률.한병도 의원이 참석한 저녁식사는 서울 안국동의 한정식 집에서 7시부터 4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이 전 총리를 비롯해 모두들 술이 거나하게 취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전 총리도 술이 취했지만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그 와중에도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성숙, 사회적 대통합, 국가경쟁력 강화 등 4대 국가경영 비전 실현을 위한 역할이나 노력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킹 후보자'든 '킹 메이커'든 적극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언급도 여러 번 했다. 이 전 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대통합 신당을 받아들여 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대의지만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좋은 표현"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전선을 그어 나가야 한다. (범여권 주자들이)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 제시가 취약한 것 같다"며 "나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하는 어떤 정당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노 세력과는 선을 긋고 친노 진영에 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또 당 사수를 주장하는 일부 친노 의원을 의식한 듯 "(통합과 관련해) 자기 주장만 펴서 고립을 초래하면 안 된다"며 " 소수파가 되지 말고 집권할 수 있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대선 승리를 위해) 범여권이 분열해선 안 된다. 큰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의 출마론을 놓고 친노 진영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윤호중.이화영.김종률 의원 등은 찬성 쪽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도 한 방송에 출연해 "개혁세력의 대표 주자로서 이 전 총리의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운영 능력에 비해 대중적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재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대중적인 지도자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