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캐던 실력으로 '빅2' 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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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안강민(사진) 전 서울지검장이 23일 한나라당 후보검증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후보검증위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경선 출마자가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자체 기준을 마련해 조사.판단하고 공표하는 역할을 한다.

박 전 대표는 '엄밀한 검증'을 주장하고 이 전 시장은 '무책임한 폭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 경선의 최대 쟁점인 후보 검증 문제를 풀어야 할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될 사람들의 자질을 따지는 것이니 검증은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들과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검증위를 운영할 것이며 검증 결과에 대해 후보들이 반발하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검증위에 강제 수사권이 없어 검증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95년 비자금 수사 당시 거의 매일 TV에 얼굴을 내밀어 '검찰 사상 가장 유명한 검사' '국민 검사'란 얘기를 들었다. 사시 8회인 그는 97년 1월 7회 선배들을 제치고 동기 중 가장 먼저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올랐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직으로 밀렸으며 고검장 승진도 두 차례나 실패했다. 89년 서울지검 공안1부장 시절 서경원 의원 밀입북 사건으로 당시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조사했던 전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는 결국 99년 옷을 벗었고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위원으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 검증위는 후보 본인 및 배우자.자녀들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제보.신고도 받는다. 이어 현장조사와 참고인 면담 등을 통해 각종 의혹의 실체를 파헤칠 예정이다. 활동기한은 후보 순회 연설이 시작되는 7월 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9인 검증위원=안 위원장을 포함해 검증위원은 이주호 의원, 유재천 전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보광 스님,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 강훈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노승대 전 감사원 사무차장, 김봉헌 삼일회계법인 고문, 정옥임 선문대 사회과학대 교수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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