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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황신혜 "연하 남편과 티격태격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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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 물었다. '선생님, 금요일에 결혼하면 불행해진다는데 사실입니까.' 그러자 그가 답했다. '그렇다네. 금요일이라고 뭐 다르겠는가.'

굳이 유명 극작가의 삐딱한 결혼관을 들먹이지 않는다 해도 누구나 안다. 평생을 꿈꿔왔던 '반쪽'이 결국 얼마 안가 눈에 씌워진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 '인내의 대상'으로 변하고 만다는 것을.

새해 첫날 시작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천생연분(극본 예랑, 연출 최용원)'은 바로 결혼 전의 환상, 환상이 깨지고 난 뒤의 방황, 방황을 극복하고 진정한 천생연분임을 깨달아가는 이 시대 부부들의 이야기다. 극의 잔재미를 위해 요즘 숫자가 늘고 있다는 연상녀.연하남 부부를 내세운 게 독특하지만 연출자는 "그들 역시 결혼 이후엔 서로에게 싫증을 내고, 바람을 피우는 등 다른 부부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현실감'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한다.

'천생연분'에서 잘생긴데다 다섯살 연하인 남동생 친구 석구(안재욱 분)를 만나 '봉 잡았다'며 결혼에 골인하는 30대 중반의 종희 역을 맡은 황신혜(사진). '위기의 남자' 이후 1년6개월 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하는 그는 "나 역시 세 살 연하의 남편과 결혼해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면서 "맞바람을 피우는 등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을 확인해가는 부부 얘기를 알콩달콩하게 그려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극중 종희는 미모의 부잣집 딸로 평생을 공주처럼 살아온 홈쇼핑 회사의 중역. 하지만 결혼 후엔 남편의 늘어난 러닝셔츠를 입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명실상부한 아줌마로 변해간다.

"이렇게 망가지는 연기는 처음이에요. 술 취해 입가에 김 묻히고 돌아다니질 않나, 백화점에서 물건 값 깎다 싸움을 하질 않나…. 도대체 제대로 연기하고 있는 건가 불안하기까지 하다니까요."

데뷔 이후 늘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고집해온 황신혜로선 대단한 변신이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겼고 편안해졌다"는 말로 연기의 폭이 넓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히트작인 '애인''위기의 남자' 등에 이어 또다시 불륜 연기를 하게 된 소감은 어떨까. "바람은 교통사고처럼 아무에게나 닥친다면서요? 하지만 연기니까 그렇지 실제로 그런 상황에 빠진다면 죽을 만큼 힘들 것 같아요."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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