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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걸음에 불과한 양김합의(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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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김회담이 대결정국을 일단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킨 것은 다행스럽고 평가할만 하나 그 내용이 지극히 미흡해 여야협상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밖에 없겠다.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것이 국회정상화인데 양김회담은 원구성조차 합의하지 못했고 자치단체장 선거문제도 전혀 타협의 실마리를 내놓지 못했다. 말하자면 빗발치는 여론에 등이 떼밀려 마지못해 시한부 휴전을 한 것 같은 인상이고 이 정도의 타협이라면 왜 한달전에는 못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다」는 말대로 일단 대화국면이 열린데 안도하면서 앞으로 여야협상의 행보를 주시하고자 한다.
우리가 보기에 앞으로 협상의 성패는 여야가 좀더 솔직해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문제의 단체장선거에 대한 지금까지의 여야 주장은 꼭 옳은가 하는 의심스런 대목이 있고 다분히 대선정략의 냄새가 있었다. 가령 여당은 위법을 하면서까지 단체장선거 연기를 밀고나가는 이유로 경제난 가중을 들고 있는데 정말 우리 형편이 예정했던 선거마저 못치를 정도인가. 야당 주장대로 임명직 단체장을 유지함으로써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자는 속셈이 아닌가.
또 야당은 단체장 직선만이 대선공정성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선의 격렬한 정치바람속에 뽑힌 단체장이 대선에서 과연 더 잘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또 대선바람속에 단체장선거를 할 경우 특정정당의 지역별 싹쓸이 현상이 오거나 대선후보별로 판세가 2분,3분 될 가능성이 많은데 그래서야 지역특수성을 살려야할 지방자치의 참뜻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여야는 앞으로 협상의 중심이 될 정치특위에서 이런 저런 문제점을 토론·점검하고 사실과 다른 어거지 요소가 발견되면 솔직이 그런 주장은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요한 것은 세가지다. 즉 대선공정성의 보장과 지방자치의 원만한 정착,민생의 보호가 그것이다.
이미 우리는 정부의 위법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오점을 기록했는데 여야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다시 이런 중요한 세가지 요소에 손상이 와서는 안되겠다. 정치특위의 여야 협상은 이런 기준에서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협상에서 무엇보다 우선시킬 일은 국회의 정상화임을 우리는 거듭 강조한다. 입법부를 벌써 몇달째나 마비상태로 두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야당이 원구성에 응하지 않은 이유가 여당의 날치기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제 여당이 날치기를 않겠다고 약속한만큼 더 이상 불응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야당도 더 이상 국회를 볼모로 잡는 연계작전에 매달리지 말고 국회정상화와 협상을 병행하기 바란다. 지난 몇달사이 보았듯이 국회를 마비상태로 둘 수는 없다. 오늘날 다난한 나라 안팎 형편에 언제 무슨일이 터질지 모르는데 국회상위 하나 열지 못하고 법안 하나 처리못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여야는 아무쪼록 이번 타협직전에 보았던 양김 불신의 높았던 여론파고를 되새기면서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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