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앞둔 유통업계 배달제 "폐지-존속"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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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슈퍼업계와 백화점업계가 「배달제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한여름에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배달제 폐지」는 지난 2월구정 직후부터 20개 직영슈퍼마킷 업체들이 배달에 따른 인건비등 비용을 절감해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비용절감분을 돌려주며 시내교통체증을 던다는등의 취지에서 실시되었다.
「배달제 폐지」를 통해 실제로 이들 슈퍼마킷에서는 쌀 20kg1부대의 판매가격이 1천원, 음료수 20병 1박스 가격이 5백원씩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슈퍼체인협회(회장강상욱)는 최근 5개 대형슈퍼업체 사장 간담회를 열어 2월부터 실시해온 슈퍼업체의 「배달제 폐지」 존속여부를 의논했다. 처음에는 명분등에 밀려 배달제폐지에 동참할 뜻을 보였던 백화점·농협슈퍼등이 다음달 1일까지 동참하지 않을 경우 슈퍼업계도 배달제를 부활하는데 합의했고 이를 곧 백화점·농협등에 통고했다.
슈퍼체인협회의 이광종전무는 『백화점업계가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는등의 이유를 들어 배달제 폐지를 미루고있다』며 따라서 『슈퍼업계의 배달제 부활 최종결정은 다음달 1일 이후 회원사 사장단회의에서 내려질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슈퍼업계가 백화점업계에 대해 「배달제 폐지」 동참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다가올 추석 선물시즌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대해 한 대형슈퍼업체의 영업담당자는 『추석같은 명절에는 선물세트 매출액 비중이 전체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물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배달까지 해주는 백화점으로 몰릴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한다.
슈퍼업계의 「배달제 폐지」 동참요구에 대해 백화점업계에서는 두가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슈퍼는 근린상권을 영업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백화점은 상권이 넓어 고객의 배달 요구를 무시할수 없다는 것이 주로 영업담당자의 반응.
다른 한 주장은 대형백화점의 경우 현재 배송 한건 비용이 외주배송의 경우 5천원, 자체배송은 6천원이나 드는데다 명절을 앞둔 피크판매기간에는 6백대쯤의 차량을 동원해야하는등으로 한계상황에 와있어 차제에 배달제 폐지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주로 배송담당자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도심형 백화점과 지역 밀착형 부도심 백화점간의 이해관계도 서로 달라 슈퍼업계의 강력한 「배달제 폐지」 요구는 쉽게 받아들여질 것같지 않을 전망이다. 백화점협회의 한관계자는 이같은 복잡한 업계사정때문에 배달제의 완전폐지는 어렵지만 배달상품을 일정한 가격등에 따라 선별하는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점차 보급되리라 전망한다.
실제로 신세계·뉴코아·그랜드·롯데등 일부 백화점에서는 이미 3만∼5만원 가격이상만 배달한다든가, 선물세트만 배달한다는등의 기준을 정해 선별해 배송하고 있다.
한편 슈퍼업계도 「배달제 부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시중인 「배달제 폐지」방침을 쉽게 바꿀 것같지는 않다.
배달제가 부활되면 결국은 또다시 슈퍼업체들의 배달비용증가분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우리사회의 근검절약등을 유도키위해 모처럼 정착돼가고 있는 슈퍼업계의 「배달제 폐지」가 제자리를 잡아야한다는 대국적 차원과 유통업계의 인력난등을 감안할때 결국은 백화점업계도 「배달제 폐지」에 동참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따라서 백화점업계는 「배달제 페지」에 대한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차제에 적극 수용해야할 것이라고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창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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