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스승의 날 … 값비싼 선물은 기념일 의미 퇴색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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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승의 날은 자신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선생님들을 감사하는 날이다. 어버이날과 마찬가지로 선생님께 감사하는 편지와 카네이션 또는 선물을 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선생님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감을 주고 있다. ①이러한 행동 때문에 스승의 날의 진정한 의미가 없어지고,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날로 변해가고 있다.

<나>이 모든 문제점의 원인은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이다.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스승의 날에 선물을 받는다면 선생님도 선물 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은 더 큰 선물을 받고 싶을 것이다. 학부모들은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을 더욱 비싼 것으로 드려야 하니 부담감이 클 것이다. 물론 모든 선생님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간의 욕심은 넓고도 넓기 때문이다. 아무렴 스승의 날을 옮기거나 없애자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나올 수 있었을까?

<다>이러한 문제점을 없애려면,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선생님에게 촌지나 선물을 주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학생들은 ②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카네이션과 편지를 선생님에게 드려야 한다. 선생님들은 너무 물질에만 집착하지 말고,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③선물을 선생님들에게 드리지 않는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감은 줄게 될 것이다.

총평·첨삭

짜임새가 좋은 글이다. 논제를 바르게 이해했고 세 단락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전개했다. 그래도 부족한 점은 남는다. 이 글에서 아쉬웠던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
 우선 글 서두에 해당하는 <가>에서 학생은 ‘스승의 날’의 의미를 짚으면서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①이러한 행동’이 가리키는 ‘너무 무리한 요구’ 라는 게 구체적이지 못해서 무엇이 어떻게 큰 문제가 되고 있는지 시선을 모으기에 힘이 달린다.
 <나>단락은 <다>단락과 함께 살펴보자. <나>단락 첫째 문장에서 ‘이 모든 문제점의 원인이 선물’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문장을 살펴보면 선물을 계속해서 바라게 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문제라고 했다. 학생의 주장대로라면 아예 선물이란 것을 주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단락 ②문장에서는 선물하기를 권하고 있다. 즉, 학생의 생각은 ‘선물’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선물의 정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먼저 ‘선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후, 스승에게 드리는 선물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내용을 전개했으면 더욱 좋았겠다.
그래야 문제에서 요구한 ‘스승의 날’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이 제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내용상 아쉬웠던 마지막 한 가지는 ③ 문장이다. 글이 끝나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고 글을 끝내기 위해 억지로 앞 문장에 이어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삭제를 하는 것이 훨씬 글을 깔끔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다 쓴 다음에는 반드시 글 다듬기를 해야 한다. <가>단락 첫째 문장은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날이다’로 바꾸어 써야 옳다. 문장을 쓸 때는 조사의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다음 주제=길 위에서 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사고를 ‘로드 킬(Road Kill)’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생태보존과 국토 개발 중 어느 쪽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나요? 제시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써보세요.(600±100자)
 
학림논술아카데미 이승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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