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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장사」 불경기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늦더위로 재고쌓여 덤핑작전 음료/알뜰피서… 호텔 등 수입 큰 타격 숙박/레토르트·냉동건조식품은 “인기”
바캉스경기가 예년만 같지 못하다.
국내 경기가 고개를 숙이면서 과소비 자제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본격적인 무더위가 워낙 늦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청량음료=물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하순부터 업체별 하루 출고량이 직전보다 10∼15%씩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년처럼 물량을 못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와는 아주 딴판이라는 것이다. 국내 최대 음료업체인 롯데칠성의 경우 출고량이 지난달말부터 하루 50만∼53만상자로 10%이상 늘어났으나 공장을 밤새 돌리고 판매사원들이 철야하기 일쑤였던 예년과는 크게 다르다.
한 관계자는 『우선 봄장사가 안돼 대리점에 깔린 재고가 넘치는데다 활짝 갠 날씨가 아니라 흐리고 후덥지근한 날이 많아 청량음료 판매증대에 생각만큼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8월 장사 망치면 1년장사는 끝」이라는 청량음료업계는 판매수당을 올리는가 하면 고질적인 「밀어내기」 출하와 심지어 때아닌 덤핑공세마저 펼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제살깎아먹기 과당경쟁에 돌입할 것 같다고 한 판매간부는 전했다.
◇식품=간편하면서도 음식 고유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레토르트식품과 냉동 건조식품들이 여행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통조림·라면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10년전 「3분요리」시리즈를 내놓아 레토르트식품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오뚜기식품은 7,8월 두달간 이 시리즈로만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20억원을 판매할 계획인데 현재 추세로는 초과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제일제당·미원·비락 등 관련업계는 올여름 레토르트식품과 냉동건조식품의 매상이 40%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라면이나 통조림 등 전통적인 인스턴트식품들은 이들 레토르트식품의 기세에 밀려 여름 성수기를 누리지 못하고 매출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류=잇따른 부도사태로 대표되는 의류업계의 판매부진은 여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에스에스패션의 한 관계자는 6,7월 매출액 증가율이 15% 내외가 될 것으로 잠정집계했는데 이는 매출액 증가율이 40∼50%에 이르던 예년과 비교할때 현저히 떨어진 수치다.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재고를 줄이기 위해 7월3일부터 8일간 30%세일을 단행한데 이어 일부 품목에 대해선 계속 가격인하 판매를 하고 있다. 수영복업체인 조은상사도 20∼30% 할인판매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7월 성수기 매출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특별히 히트친 여름의류가 없는 가운데 자외선 차단소재를 이용한 의류 등 일부 업체의 아이디어 상품은 고객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숙박 및 관광업계=제주도나 동해안 등 유명 관광 휴양지의 호텔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미 7월말부터 만원사례를 내걸었지만 정작 호텔측은 『식당이나 오락실 등 부대시설의 수입이 반이상이어야 하는데 올해 손님들은 잠만 자고 간다』고 푸념이다.
강릉의 경포대·설악산 등에는 매일 30만명에 달하는 피서객들로 붐비지만 피서객의 상당수가 음식을 미리 준비해오거나 콘도를 이용해 취사하는 알뜰피서를 하고 있고 서울시내 호텔들이 여름 비수기를 택해 마련한 「숙식+부대시설 할인혜택」의 패키지프로그램도 예년만 같지 못해 잠실 롯데호텔의 경우 7월에 1천건,8월에 1천2백건 등 지난해에 비해 10%쯤 예약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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