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심상치 않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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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하철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서울지하철1호선에서 4일 하룻동안에만 또 2건의 사고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때 2천여명이 암흑속에 갇혀 공포에 떨기까지 했다.
지하철사고는 그동안에도 1주일이 멀다하고 일어났지만 마침 제2행주대교 붕괴사고도 있은 터라 시민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다. 예산타령만 하고 있을게 아니다. 예산부족 때문이라면 철도청과 지하철공사는 예산당국과 협의해 이번 추경예산에 보수예산을 추가배정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하철·전철이 왜 사고가 잦은지는 이미 밝혀졌다. 차량과 시설이 다같이 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모두 50건의 사고가 일어났는데 이 가운데 75%가 지난 74년에 개통된 1호선에서의 사고였다. 이것만으로도 사고의 주된 원인이 노후에 있음이 명백히 증명된 셈이다.
1호선의 경우는 전선이나 신호시설·선로도 한계수명에 도달한 상태다. 4일 남영역에서의 사고는 레일상층부 한쪽이 떨어져 나가 일어난 것이었다. 사고를 막자면 이러한 낡은 차량과 시설을 하루빨리 개·보수하는 것 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 우리 행정당국,예산당국은 늘 큰 사고를 겪고 나서야 개선대책을 마련하곤 하는데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비단 차량과 신호·선로시설뿐 아니라 지하구조 자체에도 안전성이 의심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신촌역 구간에선 터널벽면이 무너지면서 흙탕물이 쏟아져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었다. 터널 자체도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설마」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행주대교 사고에 비추어 볼 때 터널공사가 부실공사가 아니었다고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건설중인 지하철에 대해서는 그 안전성을 재점검해야할 것이고,이미 완성된 것에 대해서는 지난 1일의 사고를 계기로 전면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지하철터널 붕괴사고는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닌가.
지하철과 수도권 전철의 고장이나 사고가 잦으면 서울시 전체의 교통난이 가중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당국은 지하철·전철의 개·보수와 안전진단에 특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사고만 나면 지하철이다,수도권전철이다 해서 영역다툼부터 벌이는 지하철공사와 철도청간의 눈살찌푸려지는 추태를 막고 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해 지하철과 수도권전철의 관리체계를 빨리 일원화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지하철이다,전철이다의 구분은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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