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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꿈나무 키우는 ‘해피 뮤직 스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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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7면

“악기는 오른손ㆍ왼손이 각기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려운 거야. 피아노는 그래도 오른손ㆍ왼손이 같은 방향인데 첼로는 왼손은 위아래로, 오른손은 옆으로 움직이잖아. 그래도 열심히 하면 돼. 너는 손이 참 잘생겼구나. 첼리스트에게 손가락은 성악가에게 성대와 같은 거야.”

12일 오전 9시40분 서울 정동 예원학교 음악 합주실. 박찬우(13)군이 집에서 연습해 온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를 연주해 보이자 첼리스트 현민자(67ㆍ연세대 명예교수)씨가 “정말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옆에서는 박군의 어머니 임은희(39)씨가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메모한다. 함께 데리고 온 다섯 살짜리 딸과 두 살짜리 아들에게 떠들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며 연방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박군의 가족은 중3 누나와 엄마 배속에 있는 아이까지 보태면 모두 일곱 식구 대가족이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찬우에게 레슨을 시키지 못해 안타까웠던 임씨는 “얼마나 감사한지…”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1대1 레슨은커녕 학원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음악 꿈나무와 국내 정상급 명교수가 만나게 된 것은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이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해피 뮤직 스쿨’ 덕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10∼14세)의 소외 계층 청소년을 위한 음악 영재 발굴 프로그램이다. 월 가구 소득 200만원 이하의 서울 거주자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오디션을 거쳐 45명을 선발했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199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MAP(Music Advancement Program)가 모델. 뉴욕시에 거주하는 소수민족과 빈민 가정을 위한 클래식 음악 교실이다. 줄리아드 음대의 교육복지부장인 앨리슨 스콧 윌리엄스가 고문을, 줄리아드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 송영훈씨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현민자 연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주희성(38ㆍ서울대 음대)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음대) 교수 등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13명의 강사들이 지난달부터 매주 토ㆍ일요일 학생들과 만난다. 이 밖에도 방학 중에는 줄리아드 음대 교수진들이 진행하는 마스터 클래스에도 참가한다.

박군은 자기 레슨 시간이 끝난 뒤에도 지도받는 다른 학생 옆에 앉아 뚫어지게 쳐다본다. 하나라도 더 배워가겠다는 진지한 표정에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박군은 기독교 계통의 홈스쿨에 다닌다. 첼로도 홈스쿨 합주반에서 연주하기 위해 배웠다.

어머니 임씨는 “아이가 첼로를 배우면서 성격도 차분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민자 교수도 “활 잡는 자세가 좋고 끼가 있다”며 “현악기를 배우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거들었다.

현 교수는“음악에는 절대 독학이란 있을 수 없다. 나쁜 선생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1대1 레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는 교수 개인에 따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레슨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조직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프로그램을 전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SK텔레콤이 이처럼 봉사할 기회를 줘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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