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광주 딛고 일어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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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금배지 달고 왔을 때 내가 확 돌 맞기전에 가라고 그랬는디, 그죠잉?"

18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 한 유공자 가족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다가왔다. 반가움을 표현하는 거친 인사법이다. 1980년 5월 금남로에서 군홧발에 짓밟힌 형이 있다고 했다. 1993년. 민자당 국회의원으로 5.18 묘지를 찾은 손학규는 '불청객'이었다. 그 후 14년. "해년마다 오시오잉."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한 데 모인 그 자리에서 손학규를 맞는 광주 시민들은 남달랐다.


▲18일 광주 국립 5.18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중항쟁 27주년 기념식에서 범여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한명숙 전 총리가 밝은 표정으로 환담을 나누고 있다.(광주=연합뉴스)

광주 시민들의 호의는 '가능성'의 다른 말이다. 2002년과 97년. 두 번의 대선에서 광주가 택한 후보는 대통령이 됐다. 지지율 선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3일 광주에 들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하루 앞서 다녀갔다. 현장 관계자와 시민들은 "민심의 온도차"를 얘기했다. 하루 전 전야제에 참석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오랜 민주화 투쟁 경력을 지닌 김근태 전 의장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도 손 전 지사의 가능성을 말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근거다.

광주의 호의는 조인스풍향계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연초 5%대에서 형성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탈당(3월19일)이라는 초강수에도 별다른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광주.전라 지역에선 4월 이후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54차(5월17일) 조사에서도 전국은 5.3%인데 광주.전라는 11.9%로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범여권 대통합을 점치는 요즘. 손 전 지사는 말을 아끼면서도 "범여권 융화동진(融和同進.모두 화합해 함께 전진함)"이라는 화두로 속내를 엿보이고 있다. 5월의 광주는 손 전 지사에게 따뜻했다. 남도의 민심을 딛고 손학규의 역전 드라마는 시작될 것인가. 내주 초 미국으로 떠나는 그의 귀국 보따리가 사뭇 궁금해지는 이유다.

광주=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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