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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데이

중국 후계자 선정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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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은 당 지도가 최대 원칙이다. 당대회에서 정책과 인사를 결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정부의 정책.인사가 결정된다. 참고로 내년 3월에는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실시돼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뒤를 이을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예정이다.

이런 정치 일정을 앞두고 포스트 후 시대를 둘러싼 권력투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후진타오의 승리는 지난해 9월 상하이 당서기 천량위(陳良宇)를 부패 혐의로 체포하면서 결정됐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파의 차세대 대표 주자였던 천의 체포로 상하이파의 정치 기반은 일거에 무너졌다. 이후에도 권력싸움은 계속됐으나, 후진타오에게 정면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당내 관심사는 후진타오가 2012년 이후의 지도부를 어떻게 결정해 나가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공산당이 후계자 선정에서 실패를 거듭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첫 후계자 류사오치(劉少奇)는 문화대혁명 와중에 숙청됐다. 이어 린뱌오(林彪)를 후계자로 삼아 당 규약에도 명시했지만, 린은 2년 뒤 의문사했다. 마오는 사망 직전 화궈펑(華國鋒)을 후계자로 정했는데, 2년 뒤 덩샤오핑(鄧小平)에게 권력을 빼앗겼다.

덩도 인사에서는 실패를 거듭했다. 그는 후계자로 후야오방(胡耀邦)을 지명했다. 하지만 후야오방은 정치개혁을 추구하다 87년 실각했다. 후임인 자오쯔양(趙紫陽)도 1989년 천안문 사건에서 학생운동 지지를 이유로 해임됐다. 덩이 마지막으로 뽑은 후계자가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사람이었다. 과거 중국의 강력한 황제는 후계자를 결정할 때 2대까지 지명, 자신의 뜻을 오래 계승시키려 했다.

후진타오는 장쩌민이 임명한 후계자가 아니다. 덩샤오핑이 생전에 결정했기 때문에 둘 간의 정권 승계는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이제 후진타오가 후계자를 선정할 때가 됐다. 포스트 후 시대 지도자의 임기는 2022년까지다. 다시 말해 현재의 중국 권력 문제는 15년 뒤의 일까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최고 지도부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지도자를 국민의 참여 없이, 밀실에서 결정해도 되는 것일까. 중국 최대의 정치과제 중 하나는 최고 지도자 결정 절차가 제도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후계자 인선은 철저히 전임자에 의해 이뤄졌다.

한국은 87년 민주화가 이뤄졌고,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선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 직접선거는 아니더라도 국민이 간접적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 혹은 적어도 당내에서 여러 후보가 나오고 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선투표를 하는 방식이 채택될 수는 없는 것일까.

중국 내에서 이런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실행에 옮기느냐가 문제다. 당은 다양한 파벌과 이해집단의 연합체이며, 기득권 수호를 위한 뿌리 깊은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몇 년 내 중국에 민주주의 제도가 도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과거의 거듭된 실패는 당내 민주화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중국 지도자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고쿠분 료세이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
정리=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