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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의여행스케치] 프랑스 - 루브르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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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는 역시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도시였다. 그리고 그 관광의 '진부한 하이라이트'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파리로 모인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그리고 또 그 대부분은 줄지어 피라미드 아래 매표소로 향했다.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는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가 설계했다. 건축 당시에는 엄청난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이젠 피라미드 없는 루브르는 상상하기 힘들게 됐다. 매표소를 거친 사람들은 또 일제히 센 강변 쪽 드농관으로 향했다. 영화 '다빈치 코드'에 나온 장소를 안내해 주는 카운터를 지나 도착한 드농관 2층. 위풍당당 거대한 벽에 작은 모나리자 그림이 걸려 있었다.

늘 관광객 물결로 넘쳐나는 파리인지라 박물관의 인파가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출근길 지하철 광고판 보듯 해야하는 관람이 즐거울 수는 없었다. 특히 모나리자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면서 루부르는 한결 더 어수선해졌다. 몰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찍지 못하게 막는 직원의 실랑이 탓이다.

친구와 정오에 피라미드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김에 박물관을 한 번 더 구경해보기로 했다. 아침 9시 일찌감치 박물관에 도착했지만 도저히 모나리자 쪽으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부러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루브르 박물관은 과거 찬란한 궁전이었던 탓에 더없이 광활하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입장한다 해도 결코 가득 차진 않는다. 숨은 명작들로 가득 찬, 빈 공간은 충분했다. 꼭 뭔가를 감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그곳을 느긋하게 거닐었다. 인적을 피해 찾은 사치스러운 공간이 혼자만의 산책로로 치환되는 공간적 유희! 하긴 이 수많은 그림과 조각을 모은 옛 프랑스 왕들도 모든 작품을 일일이 다 감상하며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명한 모나리자 덕에 나는 잠시나마 프랑스 왕의 사치스러운 실내 산책로를 더없이 한적하게 걸어볼 수 있었다. 모나리자? 산책의 마지막, 까치발을 하고 먼발치에서 한 번 바라봐 주면 그만이다.

오영욱 일러스트레이터·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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