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도 좋지만 과다노출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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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의복은 한 개인의 성별·연령·인종 및 성품과 신체적 특성은 물론 경제적 수준까지 나타내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따라서 의복은 그 당시 사람들이 처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고 유행스타일을 통해 영향을 주기도 한다.
최근 60년대에 젊음과 희망의 상징으로 충격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왔던 미니스커트가 세계 전역에서 다시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여성들은 물론 중년층 가정주부들까지도 미니스커트나 핫팬츠가 올 여름 가장 인기있는 옷차림이 되고 있다.
신체의 과다한 노출로 분별력 없는 청소년이나 치한들의 성범죄를 자극한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65년 영국의 패션디자이너 메리 간트가 처음 미니스커트를 발표했을 때 미니의 특징은 보다 활동적이고 생활감각에 맞으며 젊음과 생동감을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운 에로티시즘의 표출로 받아들여졌었다.
우리나라는 1967년에 가수 윤복희씨의 귀국으로 미니스커트가 소개되었고 풍기단속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유행, 70년대 초까지 우리 패션계에 혁신을 가져왔다.
유교적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의 기성세대들은 한국 전통복식을 한국인의 자존심과 정숙의 근원으로 여기고 있었으므로 미니의 등장을 망국병이라고까지 혹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산업화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외국의 것이 좋다는 관념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젊은이들은 외국의 문물을 따르는 것이 현대적이라는 생각에서 비판할 겨를도 없이 빋아들여 미니스커트는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선풍적으로 유행되었었다.
요즈음 다시 유행되고 있는 미니 스타일은 사회적 권위에 도전하는 방법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그 때의 권위적 패션과는 달리 연령에 구분없이 간편함과 기능주의·실용주의의 요인과 함께 성적매력의 강조라는 자기과시의 욕구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미니스커트가 젊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40∼50대의 중년여성들도 즐겨 입고 있는 것은 60년대 말과 70년대 초 미니스커트의 추종자들이었던 그들의 젊음에 대한 향수와 좀더 젊어지고 싶은 욕구의 반영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은 가사노동의 격감과 가정관리의 합리화를 가져왔다. 그러므로 가정주부들은 사회참여의 기회가 많아지고 스포츠를 비롯한 여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생활양식의 변화가 의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좀더 활동적이고 편안하면서도 젊음의 상징인 미니스커트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냥 올라가기만 하는 미니스커트에 문제는 없을까.
굵고 짧은 다리에 초미니, 주름살이 있는 중년부인들의 과대노출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혐오감」은 차치하더라도 범죄를 유발할 정도라면 아무리 유행이라도 논란이 됨직하다.
미니스타일을 즐기는 여성이라면 자신의 몸가짐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줄 영향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자세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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