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2억 쓰고도 초대 못 받은 김문수 경기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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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얘기됐다고 했는데 청와대서 틀었다고 하더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6일 화난 표정이었다. 남북철도 시험운행 탑승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배경을 설명하면서다. 시험운행을 할 경의선 남측 구간의 90%는 경기도 땅이다. 경기도는 경의선 복선화를 위해 2972억원을 투입한다. 토지 수용과 지역 주민 설득도 경기도의 몫이다. 경의선 복원의 당사자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초대받지 못했다.

김 지사는 "개통되면 당연히 초대받을 것이라고 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탑승 신청 뒤 통일부에선 명단에 올렸는데 위에서 안 된다고 했다더라"며 청와대를 거론했다. 동해선이 있는 강원도의 김진선 지사도 포함되지 않았다. 김 지사 측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부에서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갖고 정한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통일부는 "그 대신 파주 통일촌 이장과 고성 명파리 이장을 넣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파주시 부시장과 고성군 부군수도 포함돼 논란은 증폭된다. 이런 시비가 계속되자 일각에선 "탑승자 선정 원칙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다섯 가지 선정 기준을 14일 밝혔다. ▶6.15 공동선언과 정상회담 참석 수행자 우선 ▶평화적 통일을 위한 전환점에서 국민에게 이를 전달할 예술 분야 몇 분 ▶통일 평화 활동 중심에 있는 원로들과 시민운동 기여자 ▶국회 국방.통일외교통상.정보위.법사위원회와 통외통위 3당 간사 지역구 의원 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탑승자 명단은 그 기준과 차이가 있었다. 취재진 40명을 뺀 탑승자 160명 중 정부 부처와 국회에서만 88명이 선정됐다. 이들 중엔 철도공사 감사 등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인사도 상당수 포함됐다.

특히 이재정 장관은 자신이 수석부의장으로 재직했던 민주평통 인사 5명을 포함시켰다. 또 송기인 과거사정리위원장,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규명위원장,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누나인 유시춘 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 명계남씨 등을 포함시켜 '코드 탑승' 논란을 불렀다.

이영종.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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