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핫팬츠/과다노출 너무한다/허연살 그대로 보는 사람 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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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매없는 셔츠 「속옷패션」도/여 중고생·주부까지 버젓이/유행도 좋지만 곳곳서 성범죄 불러
유행도 좋지만 너무 심하다.
올여름 패션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미니스커트·핫팬츠가 정도를 넘는 노출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팬티가 보이는 초미니와 허리살이 훤히 드러나는 소매없는 짧은 셔츠를 함께 입는 「속옷패션」으로까지 발전했는가 하면 30대이상 주부들 사이에까지 유행이 확산된다.
유행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으나 주변사람들이 민망할 만큼의 과다노출은 보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보다 혐오감을 주고 그렇지 않아도 큰 문젯거리인 성범죄를 유발하는 요인까지 된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걱정이다.
◇실태=18일 오후 5시쯤 서울 명동입구 골목길.
10분사이 이곳을 지나간 1백50여명의 젊은 여성중 1백여명은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대부분 무릎위에서 10∼15㎝ 길이지만 이중 50여명은 무릎위 20㎝가 넘는 아슬아슬한 차림.
미니스커트와 허리살이 보이는 소매없는 셔츠차림으로 남자친구의 허리를 끼고 걸어가는 여자들도 흔히 눈에 띄었다.
같은날 오후 3시쯤 「신세대」의 집합장소인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앞. 길가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20대초반 여자는 허벅지살이 완전히 드러나 오가는 남자들이 흘끔거려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
이화여대앞 의류점 「왓슨」주인 유모씨(36·여)는 『무릎에서 15㎝이상 올라가는 초미니와 핫팬츠,소매없는 티셔츠가 하루 1백50장 팔린다』며 『최근엔 여중·고생과 30대초반의 부인들도 자주 사간다』고 말했다.
◇성범죄=실제에서 지나친 노출이 성범죄의 유발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 서울 정릉 모대학 안에서 이모군(17·무직) 등 2명이 미팅으로 만난 최모양(16·D중 3) 등 여학생 2명을 번갈아 성폭행했다. 이군은 경찰에서 『핫팬츠에 소매없는 티셔츠차림인 여학생을 보고 순간적인 욕정을 참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달 16일 오전 2시쯤 서울 면목6동 길가에서 정모씨(26·회사원)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걸어가던 연모양(21·회사원)을 뒤쫓아가며 엉덩이를 만지는 등 희롱하다 주민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서울 용산경찰서 김용무형사과장은 『우발적인 성범죄중에는 여성의 과도한 노출이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지말라는 당위론만으론 늘어나는 성범죄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성범죄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90년이후 다소 줄어드는 추세이나 올들어선 지난달말까지 서울에서만 3백67건이 발생,지난해 전체건수 7백15건의 절반을 넘어 다시 늘어나는 조짐이다. 특히 1∼4월의 월평균 53건 적발이 5월 77건,6월79건으로 늘어나 노출과 성범죄와의 연관성을 암시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패션디자이너 이신우씨는 『미니는 전세계적인 유행이나 과다노출은 결국 지나친 과시욕』이라고 말했다.
패션디자이너 이광희씨도 『심미적인 관점에서 볼때 치마길이가 무릎위 10∼15㎝ 정도일때 가장 아름다우며 20㎝가 넘는 초미니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아름답기보다 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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