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이영자, '속고 속이는 공생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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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가짜 반지 소동'이 또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BC 관계자가 한 언론을 통해 이영자의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에 대해 "제작진도 몰랐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6일, MBC '일밤'의 '경제야 놀자' 코너에 출연한 개그우먼 이영자는 "이소라가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라며 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는 가짜로 판명됐고, 결국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 소동'으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몰랐다 하더라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자에게 정말 감쪽같이 속았다'고 해도, 이 녹화분을 내보내야 할지 말지는 제작진이 판단할 문제였다는 것. '경제야 놀자'는 생방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제작진의 말대로 라면, 이영자는 녹화 전에 "(진짜)다이아몬드 반지를 감정 받겠다"고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작진은 거기에 맞춰 미리 감정사를 섭외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감정사는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는 도구와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나와 보여줬다. 이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6천만원이었다.

또 이영자는 이날 자신의 수입 컨셉트카와 더덕으로 담근 술도 함께 감정을 받았다. 그런데 감정을 받은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바로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방송 시간도 무려 25분을 차지했는데, 이는 '경제야 놀자' 코너의 절반에 가까운 분량이다.

결국에는 가짜 다이아몬드 해프닝으로 끝나는 내용을, 이렇게 길게 내보낼 필요가 있었을까. 아마도 편집 과정에서 제작진은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녹화가 끝난 후, 편집 과정에서 제작진은 이영자의 반지에 대해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라는 자막을 넣어 내보내기도(사진참조) 했다. 물론 확실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반지를 선물한 주인공으로 이소라가 언급되는 부분을 삭제, 다시 녹화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느냐"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가짜 반지를 선물한 사람이 잘 알려진 연예인일 경우, 시청자들에게 지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물론 이 경우에도 방송의 재미를 위한 설정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이처럼 논란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방송 내용으로만 따지면, '이영자는 절친한 친구 이소라가 준 가짜 다이아몬드를 진짜라고 굳게 믿고 10년 동안이나 고이 간직해 온 것'이 된다. 방송 이후, 이소라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MBC 관계자의 말이 전해진 후, 시청자들은 여전히 제작진에 대한 질타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을 통해 "제작진이 전혀 몰랐다 하더라도, 이소라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서는 안됐다"며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태연스럽게 방송 내놓고, 자기도 속았다고 하면 다인가"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알았든 몰랐든 이소라의 입장이 불리해지는 것이 당연히 생각될텐데,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물론 "이영자와 제작진 모두 애초에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이영자의 복귀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네티즌들도 있다.

한편, 이러한 파문에도 불구하고 MBC는 이영자에게 두 개의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길 예정이다. 이영자는 봄개편을 맞아 '쇼!서바이벌'과 '이영자 박수홍의 지피지기'의 진행을 맡게 돼, 복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하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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