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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서 개최하는 게 올림픽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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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평창 겨울올림픽 D-50 좌담회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장환 데스크(사회), 이규혁 선수, 김종민 문화부 장관, 한승수 평창올림픽유치위원장, 김승환씨, 김정아씨.안성식 기자

중앙일보는 D-50을 맞아 평창의 도전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50일 동안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14일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 한승수 2014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등을 초청해 좌담회를 했다.

▶사회=김종민 장관께서는 취임하자마자 공식적으로 유치위원회를 방문해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유치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텐데 유치위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한승수=그동안도 정부에서는 유치위원회를 적극 지원해 줬습니다. 김장관께서는 남보다 열정을 갖고 올림픽 유치를 국가 어젠다 넘버원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큰 힘이 됩니다.

▶김종민=기왕에 시작한 거니까 꼭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유치 지원 의지를 대내외에 밝히고, 총회 때까지 국내외 인사를 총동원해 IOC 위원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해외 미디어를 통한 집중적인 홍보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사회=평창이 겨울올림픽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승수=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올림픽 운동의 확산입니다.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거리에 13억 인구가 살고 있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이미지가 달라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 10~11위 경제대국인데 (올림픽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김종민=최근 대구와 인천이 국제대회 개최권을 잇따라 따내면서 '이 정도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한번 짚어봅시다. 선수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경기운영을 더 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울올림픽 때 1024개 경기 중 1002개를 온타임에 진행시켰어요. 겨울올림픽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름올림픽.월드컵.육상선수권을 유치했는데 세계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완성되는 겁니다.

▶사회=2월 IOC 실사 때 올림픽 붐이 일었습니다만 그 후 국내 분위기가 내려앉는 느낌입니다.

▶김종민=중요한 것은 평창 올림픽 유치를 강원도민 97%, 국민 92%가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많은 국민의 염원으로 실사 때 서설(瑞雪)도 왔습니다. 그것은 인력으로 안 되는 겁니다. 홍보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전광판.신문.TV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

▶김승환=2월에 실사받을 때는 날씨도 도와줬고,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12만 회원이 혼연일치가 돼 IOC 실사단을 맞이했습니다. 행사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한국 겨울 스포츠의 확산을 위해 뛸 것입니다.

▶사회=겨울올림픽이 강원도의 행사로 치부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겨울올림픽까지 해야 하나 하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김정아=저는 88 서울올림픽 때 성화 봉송을 했습니다. 2014년 겨울올림픽 때도 성화 봉송을 하고 싶습니다. 올림픽은 국가적으로 굉장한 기회가 됩니다. 저는 서울시민이지만 올림픽이 강원도의 행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올림픽이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이규혁 선수는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겨울스포츠 엘리트 육성에 대해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은데요.

▶이규혁=선수 입장에서 볼 때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무엇보다 경기력이 중요합니다. 올림픽 때 많이 느낀 것은 러시아나 오스트리아의 경기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만 잘해요. 다른 종목은 세계 수준과 큰 차이가 납니다.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한승수=최근 이강석 선수는 500m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김연아 선수는 피겨에서 1위나 다름없는 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했지요. 우리도 트레이닝만 잘 받으면 가능성이 있어요. 정부에서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겨울스포츠는 잘 될 것입니다.

▶김종민=이번에 올림픽을 유치하면 바로 국민의 이해도 높아지고 만족도 느낄 것입니다. 겨울스포츠는 그동안 '그들의 스포츠'였지만 유치되면 '우리의 스포츠'가 되겠죠.

▶사회=올림픽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규혁=유치만으로도 희망이 커지죠. 운동선수의 꿈은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면 더 큰 영광이죠. 저는 2014년에는 선수로 활동하지 못할 테지만 후배들은 모두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한승수=저는 스포츠 문외한입니다. 춘천 태생이고, 국제적인 인맥이 있다고 위원장이 됐어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가 많이 강화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야겠습니다. 장관께서도 이 부분에 예산을 편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종민=요새는 선수 출신 IOC 위원도 늘어났어요. 선수 출신이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사회=장관께서는 여러 채널로 보고를 받으셨을 텐데, 유치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요.

▶김종민=천기를 함부로 누설할 수 없습니다(웃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유치위원회에서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야 하고요. 우리는 '한다' 하면 '화끈하게' 합니다. 너무 화끈하게 해서 공격적이 되면 안 됩니다.

▶한승수= 2012년도 여름올림픽 개최지 결정할 때 저는 파리에 있었어요. 파리가 다 된 줄 알고 파티를 준비할 때 런던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최후까지 최선을 다해야 승자가 됩니다. 겸손하고도 적절하게 확신을 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김종민=600년 전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가서 임금께 편지를 썼습니다. '강원도는 여름은 짧고 겨울이 길어 소출이 적고, 사람이 많지 않아 어렵다'는 내용이지요.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길다'는 게 바로 겨울올림픽에는 적격이란 이야기입니다. 600년 전부터 점지된 행사입니다. 이제 50일 동안 모든 뜻을 모아 반치만 앞서 나가면 우리가 이깁니다.

▶사회=올림픽 유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송강 이야기는 처음입니다(웃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성백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좌담 참석자 명단>

▶한승수(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

▶김종민(문화관광부 장관)

▶김승환(동사모 강원 리더)

▶이규혁(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정아(방송통신대 직원)

▶사회=손장환 중앙일보

스포츠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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