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개혁파」 대거등장 예고/당·정·군 물갈이… 변혁기 맞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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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잇단 원로사망 세대교체에 숨통/내달 북대하 회의서 윤곽 밝혀질듯/강택민 체제강화… 양상곤은 은퇴
중국이 당·정·군에 걸친 인사의 중대변혁기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 원로지도자들의 잇따른 사망으로 세대교체의 숨통이 트인데다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가속화 작업이 진전됨에 따라 보­혁간 균형을 깨고 개혁파가 지도부의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녜룽전(섭영진·전중앙군사위 부주석),6월에 리셴녠(이선념 전국가주석)에 이어 이달엔 덩잉차오(등영초·고주은래총리 부인)를 차례로 잃었다.
이선념이 차지했던 전국인민정치협상위(정협) 주석직의 정치적 권위와 은퇴가 확실한 양상쿤(양상곤) 국가주석의 후계자인사는 중국지도부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 인사는 당대회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공식절차를 거치기 전에 내부에서 타협으로 결정돼 온 것이 관례다.
이에 따라 다음달 여름휴양지 하북성 북대하에서 당중앙 공작회의가 열려 개혁을 주도할 새 지도부의 골격이 짜여질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북대하회의는 지난 90,91년엔 관행을 뒤엎고 개최되지 않아 과연 올해 재개될지 의문이다. 그러나 올가을 당대회에 앞서 어떤 형태로든 인사가 결정될 것은 분명하다.
우선 14차 당대회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보수파의 세력위축이 두드러져 중국정치의 대세가 개혁파 주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파의 중심세력인 덩리췬(등력군·중앙고문위원),왕런즈(왕인지·중앙선전부장),가더오(고적·인민일보사장) 등이 대표선출에서 낙선했다.
후치리(호계립),옌밍푸(염명후) 같은 개혁파도 낙선해 선거의 의외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당원 5천만명이 참여하는 대표선출과정은 노령층과 보수파의 탈락이라는 두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당심이 곧 민심」이라 평가 받고 있다.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이붕총리에 대해서는 연임과 국가주석직 진출,그렇지 않으면 퇴임이라는 양론이 관측통들사이에 평행선을 긋고 있다.
교체론자들은 등소평에 의한 개혁가속화가 개혁신중파인 이붕의 역할을 퇴색시킨 반면,최근 보수세력에 의해 급진개혁파로 견제받아왔던 주룽지(중용기) 부총리가 후임총리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내세운다. 연임론자들은 치리정돈을 주도해온 이붕이 별다른 실책이 없으며,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현지도부에 공연한 인사로 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대립되는 양론에도 불구하고 이붕의 후계자가 주용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초기에 쩌우자화(추가화)에 밀리던 주용기가 총리물망에 오르는 것은 그를 급진개혁파로서 경계해온 보수세력의 영향력이 그만큼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등소평으로부터 「경제를 아는 진정한 사람」이란 촉망을 받고 있는 주용기는 중앙계획경제체제의 틀을 뒤바꿀 「소정부,대사회」를 내걸고 개혁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양상곤은 국가주석직과 당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에서 은퇴,원로그룹을 이끌면서 등소평을 지원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고문위 해산은 당·정의 일상업무에 대한 보수원로들의 제도적 관여를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강택민의 지도력은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항상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와 관련,정병간정을 내세우며 군부개혁의지를 보이고 있는 강택민은 등·양의 후견아래 군부에 대한 기반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상곤과 함께 친지웨이(진기위) 국방부장이 은퇴하고 당중앙위원회 15석 가운데 이들이 차지했던 군부몫인 2석은 각각 류화칭(유화청)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양바이빙(양백빙)서기장이 차지할 전망이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층은 당내안정·단결을 기조로 원로세대와 신진의 대대적인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개혁파 중심의 강택민체제강화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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