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어려운 단어로 뜸 들이면 영어 토론 백전백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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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폐막된 제14회 범아시아 대학생 영어 토론 대회에서 고려대 토론 팀인 ‘코리아4팀’ 김한별ㆍ오다은ㆍ김지훈씨(왼쪽부터)는 토종 한국 학생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다. [사진=변선구 기자]

“무기를 말로 바꾸자(Replacing weapons with words).”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퍼스에서는 ‘영어 전쟁’이 벌어졌다.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15개 국가 대학생들이 ‘제14회 범아시아 대학생 영어 토론 대회’에서 정치교육경제문화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 최강자’를 가린 것이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32개 팀 중 한국 팀은 7개 팀. 하지만 8강 안에 든 팀 중에 한국 학생은 없었다. 본선 초반 모두 탈락한 것이다. 그나마 한국 팀 대학생 대부분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경험이 있는 원어민 학생들이었다.

 고려대 오다은(22·정외과 3학년)·김지훈(19·국제학부 1학년)·김한별(19·경영대 2학년)씨로 구성된 ‘코리아4팀’은 본선에 오른 한국 팀 중 외국 물을 가장 적게 먹은 경우다. 김지훈·김한별씨는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외국어고 출신이고, 오다은씨만 고교 1학년 때 미국 공립학교에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나가 있었을 뿐이다.
 요즘 초·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영어 토론을 위한 사교육까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이 영어 토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종 학생들에게 영어 토론은 꿈 같은 일일까. ‘코리아4팀’ 고려대 학생들로부터 ‘영어 토론’의 어려움과 공부법을 들어봤다.

 ◆한국은 영어 토론 약소국=지난 10일 예선 8라운드. 중국 베이징언어문화대 학생들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도 올림픽 경기 종목에 참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한 학생은 “경기에 참여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것(Depriving the opportunity of playing in sporting events is against the human rights of the trans-sexuals)”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리아4팀은 즉각 반박했다. “발의 내용은 여성 선수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 있다(The motion suggests high possibility of counter-discrimination against genuine female sport players)”는 논리를 폈다. 결국 이날 승리는 토종 한국 학생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김지훈군은 “영어를 공영어로 쓰고 있는 말레이시아인도싱가포르 학생들이 토론에서 강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회 최종 우승자도 말레이시아 팀이 차지했다.

 오씨는 “영어는 기본이며,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독서를 통해 쌓아 두었던 지식을 토대로 예를 들거나 상대방을 설득하는 등의 기술에 있어서 영어가 생활화돼 있는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한별씨는 “영어로 말할 때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도 길고 어렵게 말하는 경우가 한국 학생들에겐 많다”며 “쉬운 단어를 잘 못 쓰고, 한국말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어려운 영어 단어를 찾아 어색하게 말한다”고 지적했다.

 ◆영어 토론 잘하려면=이들은 “무조건 많이 말하라. 틀려도 좋으니 자꾸 말하다 보면 쉽고 분명한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훈씨는 “초등학교 때 아주 좋아했던 스타워즈 영화(에피소드 3)의 경우 50번을 넘게 봤다”고 말했다. 대사를 다 외울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것. 그는 또 “중학교 때엔 AFKN(미군방송)에서 나오는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 등 토크쇼를 즐겨 봤다”며 “어릴 때부터 이해를 못해도 영어를 틀어놓고, 그 문화와 분위기에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영영사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어로 말할 때 뉘앙스가 중요한데 이를 익히려면 영영사전이 좋다”고 말했다.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을 닳아질 때까지 봤다고 한다. 또 오씨는 “영어를 잘하는 게 얼마나 힘이 있는 건지를 알면 영어에 빠지게 된다”며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영어로 토론하라고 억지로 떠먹이는 건 안 좋다.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한별씨는 “주간지는 이코노미스트, 일간지는 IHT(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를 꾸준히 봤다”며 “많이 읽고, 논리적으로 써보는 훈련을 해왔다”고 말했다.

 

글=강홍준 기자<kanghj@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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