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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올림픽 선수관리(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올림픽 출전선수 4명이 약물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는 충격일 수 밖에 없다. 한국과학기술원 산하의 도핑 컨트롤 센터가 공식적인 약물검사결과를 아직은 밝히지 않은 상태여서 복용 약물의 잔류량이나 허용치가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알려진대로 한명의 선수가 복용한 약물이 스테로이드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88올림픽 때도 캐나다의 벤 존슨 선수가 바로 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금메달을 박탈당한 선례를 우리는 보았다.
또 근육강화제로 알려진 이 약물은 한번 복용으로 2,3년의 잔류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도 이 약물의 복용이 올림픽 선수에게 있어 얼마나 치명적인 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째서 이토록 위험시되는 약물 복용의 결과가 올림픽 출전선수를 확정한 다음에야 이뤄졌느냐는 점이다. 한명의 선수가 올림픽 출전의 영광을 얻기까지는 국내외 각종 경기를 여러차례 거쳐야 했을 것이다. 또 대표선수로 확정된 다음에는 보다 철저한 선수관리가 선수촌·체육회·체육부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알았다.
그런데도 선수 4명이 약물반응에 양성반응을 보였고,그중 한명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면 선수들의 관리를 맡았던 관계기관이나 코칭 스태프들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었단 말인가.
88올림픽을 치르면서 도핑이라는 낯선 용어가 일상화될 만큼 알려졌고 우리의 약물검사기술도 국제적 수준임을 과시했다.
국내 주요경기에서도 도핑 테스트를 1,2년에 한번씩 거치는게 정례화되어 있지만 경비 등의 이유로 약물검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출전에 임박해 터져나온다고 판단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오는 것만이 체육이 아니라 시민과 사회가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게임의 룰이라는 민주적 정신을 키우는 사회체육이 더욱 중요한 체육의 기능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오로지 올림픽의 금메달만이 국력과 체력의 상징인양 온갖 예산과 정열을 거기에만 쏟아왔다.
정부가 쏟은 올림픽을 향한 집념과 정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선수관리가 이 정도로 허술한 것이 드러났다면 지금까지 정부의 체육정책이란 빈 껍데기였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막대한 예산과 올림픽 일변도의 체육정책이 얼마나 부실했던가를 많은 사람들이 의심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번 도핑 테스트 결과가 자세하고도 엄정하게 밝혀져야 하는 것은 물론 이를 계기로 관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과 도핑 테스트의 정례 실시화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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