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소설가 바둑왕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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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력이 나은 선배들도많은데 하수로서 우승하다니 미안하고 얼떨떨합니다. 부전승으로 올라가는등 대진운이워낙 좋았고,또 10여시간을 버텨낸 뚝심도 작용한것 같아요.』
작가 이문열씨(44)가 소설가나라메서 바둑왕에 등극했다.
○…한국소설가협회는 한국기원의 후원을 얻어 5일 제1회「소설기왕전」을 열었다. 소설가협회가 들어있는 한신빌딩지하의 한 음식점에서 오전10시부터 열린 이날 대회에는 송영·김성동·오대석·김봉환씨등 문단에서 내로라하는 1급들과 함께 박연희·홍성유·김병총·김원일·이문열·윤후명·유익서씨등 34명의 작가들이참석했다.
○…1∼3급을 A조,4급이하를 B조로 나눠 A조는 리그, B조는 토너먼트 접바둑으로 열린 이번대회의 우승후보로는 송영과 김성동씨가 예상됐다.
○…『내가 최고다』며 항상 라이벌임을 주장했던 송영과김성동씨는 예상대로 둘다 전승으로 A조 결승에서 만났다. 초반 한창 기세를 보이던 김성동씨는마지막송영씨의 패에걸려 넘어지고 말았다.보통 둘때는 절대우세를 보이다가도내기나 대회등 큰 싸움에서는항상 송영씨에게 지곤했던 김성동씨의 「큰싸움 징크스」가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힘겹게 김성동씨를 꺾은송영씨는 최학·훙성유·박연희·양힌석씨를 밟고올라온 B조의 이문열씨와 결숭에서 맞붙었다.
4급의 이문열씨가 석점을깔고 둔 절승메서 우승은 당연히 노련하면서도 승부욕이 강한 송영씨에게 돌아갈것이라고예상했다. 그러나 난적 김성동씨를 꺾고 방심한 탓인지 예상외로 이문열씨에게 패하고 말았다. 송영씨는 어이없다는듯『어허 어허』만 되풀이하며 패인을「술을 너무 마신탓」으로돌렸다.
○…고교시절부터 줄곧 바둑은 둬왔으나 요즘들어 시간때문에 제대로 둬보지못했는데 우승을 차지해 얼떨떨하다는 이문열씨는 바둑이야 말로 인간이 고안해낸 게임중 가장 재미있는 것』으로 봤다. 한없이 둬도 실증안나는 바둑은 그러나 시간가는줄 모르게하는 것이 전업 작가로서 소실쓰는 시간을 갉아먹어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우승으로 이문열씨는한국기원으로부터 아마 2단을 공인받고 대형 바둑판을 부상으로 받았다. 준우승자 송영·김성동씨는 각 5단, 양헌석씨는 초단을 인정받았다.<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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