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깜짝쇼 없다"…'李 양보론' 도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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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 발 물러서면서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는 극적 드라마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정치인생을 걸고 경선 중재안 수용을 촉구한지 이틀. 당내 두 대선주자는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12일 정가에서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내주 초 두 주자간 극적인 화해의 드라마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론이 차츰 힘을 얻고 있다. 이르면 일요일 오후, 늦어도 갈등이 정점에 이를 다음주 월요일께 이 전 시장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서 박 전 대표를 끌어안고 가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박형준 의원 등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양보론'이 설득력을 얻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정치적 부담, 다른 하나는 투입 대비 산출을 염두에 둔 실리적 계산이다.

◇李 '강자의 고민'= 경선안 논란의 세 당사자 가운데 현 시점에서 가장 운신의 폭이 넓은 사람은 이 전 시장이다. 중재역에 대한 압박 속에 강 대표는 11일 대표직뿐 아니라 의원직까지 건 승부수를 던졌다. 박 전 대표도 더는 물러설 데가 없는 상황이다. 캠프의 핵심 측근은 12일 "'중재안 거부.원칙 고수'에서 박 전 대표가 물러선다면, 당장 경선에서 불리할 뿐더러 '원칙으로 이긴다'는 평소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중재안 제시나 강 대표 안 수용 가능성은 "상정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주말 사이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공은 '강자'인 이 전 시장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의 중재안 수용 거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으나, 그의 결단이 현 상황을 좌우할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게 주된 분위기다. 경선안 갈등 속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탈당한 뒤다. 박 전 대표가 경선 자체를 비토하고 나서면 8월 경선 일정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 전 시장이 수용한 중재안이 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통과한다해도 당 분열에 대한 책임은 피해가기 어렵다. 경선에서 이기고 대선후보가 된다고 해도 득 만큼이나 실이 큰 '반쪽짜리 승리'에 만족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朴 '명분쥐고 관망'= 박 전 대표는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예정된 광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전 시장측과 달리 박 전 대표는 일체의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주말, 박 전 대표는 중립성향의 정가 인사 및 전문가 그룹을 차례로 만나 교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안 문제가 결국 표 대결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상임전국위원회 하루 전인 14일 일정도 비워둔 상태다. 그러나 고민의 깊이는 갈등의 매듭을 쥐고 있는 이 전 시장보다 오히려 덜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12일 "할 얘기는 다 했다"며 "더 이상의 특별한 입장 발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깜짝쇼는 없다"며 앞서 탈당한 손 전 지사의 사례와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측근은 "양보는 가진 쪽에서 하는 것"이라며 "이쪽에도 타격이 있겠지만, 강 대표 중재안에 따라 이겨도 져도 명분은 이 쪽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칙을 지켰다'는 명분 선점에 무게를 두고 이 전 시장측을 압박하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일요일 '최대 고비'= 정가에서는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전 시장이 광주에서 돌아오는 13일 오후를 기점으로 결판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추진력을 잃은 강 대표 체제가 붕괴되고, 이 전 시장의 양보를 통해 사태가 수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합을 요구하는 당원의 목소리는 외면할 수 없다"(10일) "결국 당 위기를 극복하고 화합하는 게 우리가 할 일"(11일)이라고 말한 이 전 시장의 발언도 양보 가능성을 점치게 만든다.

현 경선안을 만든 전 혁신위원장 홍준표 의원은 12일 "당이 분열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의 양보가 쉽지는 않겠지만, (경선안을 가지고) 전국위까지 갈 수 있겠느냐"는 말로 이 전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고집에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주더라도, 갈등의 정점에서 이 전 시장이 포용의 자세를 보여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무게를 얻고 있는 가운데, 정가의 시곗바늘은 13일 일요일을 향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박연미 기자

※상임전국위원회= 당의 의회에 해당하는 기구다. 경선규칙 등과 관련된 당헌 개정시 79명으로 이뤄진 상임전국위원회를 먼저 통과해야 전국위원회 상정이 가능하다.

※전국위원회= 미니 전당대회에 비견되는 당의 의사결정기구다. 1000명 이내의 중앙 및 지방 주요 당직자들로 구성되며, 당의 헌법에 해당하는 '당헌' 개정과 최고위원 궐위시 후임 위원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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