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준상 6단 ● . 윤찬희 초단
백이 32로 따냈을 때 윤찬희는 다시 크게 한숨을 내쉰다. 이쯤 해서 물러설 것인가. 한걸음 더 밀고 들어갈 것인가. 고통스러운 장고 끝에 그는 다시금 33으로 밀고 들어갔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물러선다면 '참고도' 흑1이다. 그러나 구경하던 백홍석 5단은 "백이 물러서게 놔두나요" 한다. 백은 4, 6으로 즉각 패를 건다는 것. 백은 A쪽에 팻감이 두 개인데 흑은 B로 빠지는 팻감 하나뿐이어서 흑이 곤란하다는 것.
깡마른 체구지만 험악한 싸움을 눈 한번 깜짝 않고 해치우는 윤준상인지라 이 패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렇더라도 33의 돌진은 "심했다"는 게 일치된 중론. 패의 대가로 36, 38로 뚫려서는 출혈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35는 27의 곳).
이후의 진행을 보면 흑이 사실상 이 대목에서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흑의 패착으로는 33이 지목되기도 하고 아예 27이 지목되기도 한다. 기세를 살려 확전으로 나간 수 모두가 패착이었다. 배짱과 기세 없이는 승부사가 아니다. 그러나 빗나간 기세는 종종 독약이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