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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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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분당·평촌·산본 등 수도권 신도시학교의 전학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분당시범단지는 주민입주율이 90%에 이르고 있으나 전학률은 60∼70%선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 4월 개교한 평촌고의 경우재학생은 12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아직 단지내 입주가 완료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신도시학교는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전학할 경우대학입시 등에 불리하다는 생각으로 전학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 교육현장의 실태·문제점을 진단한다.
토요일인 지난27일 오전11시. 평촌신도시 평촌고 2학년1반 교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널따란 교실에 남학생 한명과 여학생 한명 등 단 두명의 학생만이 덩그러니 앉아 세계사 선생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창밖 운동장에는 교장·교감선생님 등 6명의 선생님들이 최근 식수한 나무밑동에 새끼줄을 감는 일로 학과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4층짜리 학교건물은 다른 학교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교실과 가사실·양호실 등 특별교실 등은 굳게 잠긴 채 적막만 감돌았다. 지난 4월13일 개교한 평촌신도시 평촌고등학교의 풍경은 한적한 낙도분교를 연상케 한다.
평촌고등학교의 전체수용인원은 24개학급 1천2백명, 그러나 재학생은 1학년 10명, 2학년 2명 등 2학급에 총12명(여학생 8명, 남학생 4명). 학생보다 교직원(19명) 이 더 많다.
학교관계자 등이 파악한 개교초기 전학대상 학생수는 1학년 12명 등 모두 42명이었으나 주민 1천3백63가구가 입주한 현재까지 전학온 학생은 29%선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신도시 신설학교는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대학입시에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전학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전반적 의견이다.
입주예정자가운데 97%이상의 주민이 입주한 분당신도시 시범단지내 초·중·고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지역 4개학교중 남녀공학인 서현고교는 24학급을 인가받았으나 현재 13학급 4백54명으로 1학년2백47명, 2학년 1백57명, 3학년 50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분당국교에는 24개학급(인가 36학급) 9백24명이 재학하고 있다. 그러나 학급수만 이렇게 운영할 뿐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서현고가 35명, 분당국교가 38명에 그치고 있어 일부 학교에서는 합반수업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서현고교의 경우 현재13학급(1년 6학급, 2년 5학급, 3년 2개학급)으로 편성돼 있으나 1학년은 5·6반이, 2학년은 1·5반과 2·4반이 합반수업을 하고 있다. 또3학년은 1반 32명(문과), 2반 18명(이과) 으로 편성돼 수업을 받고 있어 가정교사에게 학습을 받는 느낌을 주고 있다.
서현고교는 외국어 교사부족으로 2개과목중 불어를 무조건 수학해야 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같이 전학률이 60∼70%에 그치자 서현고교에 이어 지난 3월 문을 열 예정이던 분당고교는 당분간 개교를 미룰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8월31일 최초 입주가 시작되는 일산신도시도 9월초·중·고교가 한곳씩 문을 여나 전학기피현상은 분당 등 다른 신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고 전학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신도시학교 공동화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철희·전익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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