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메트」미술관|한국 작품 첫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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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작가의 금속공예작품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술관인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게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중견 여류금속공예가 홍경희씨(36·홍익대교수). 국내작가의 미술품이 이 미술관에 소장되는 것은 한국 미술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작가로서는 작품수준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게되는 큰 영광을 안게된 셈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20세기 부문 책임자 케이 베어만씨는 지난 5월14일 홍씨에게 『홍씨의 84년도 작품 「작품 8403」을 미술관의 현대공예·디자인부문에 소장키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베어만씨는 이 서한에서 『홍씨의 작품은 앞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모든 카탈로그와 책자에 실리게된다』고 밝히고 『그러나 홍씨는 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계속 갖게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게 된 『작품8403』은 홍씨가 지난 84년 조선화랑에서 가졌던 첫 개인전에 출품했던 작품.
동과 흑동을 이용, 기하학적 조형의 틀 위에 둥그런 기형을 얹어 긴장감 있는 균형을 보인 금속공예 작품이다. 홍씨는 이 작품에서 동판을 여러 겹 녹여 붙임으로써 나뭇결 무늬의 독특한 색감을 표출해냈다.
홍씨의 작품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는데는 재미 여류 금속공예가 주정희씨(아이오와주립대 교수)의 노력이 컸다.
주씨는 지난 90년7월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열렸던 현대금속공예세미나에서 한국금속공예의 우수성에 주목, 여기에 참가했던 몇몇 한국작가들의 작품 슬라이드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보내 이를 심사해주도록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홍씨의 작품을 선정, 소장키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 미술관은 전 세계작가들의 작품을 심사해 소장품을 결정하는데 통상적으로 3만여점 중 한 점 정도가 선정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고작가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소장해온 이 미술관이 처음으로 한국작가의 작품, 그 중에서도 30대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키로 했다는 것은 우리 미술계에 밝은 전망을 던져주고 있다.
홍씨는 홍익대·대학원을 나와 83년 제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공예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수상경력이 있으며 그 동안 두 차례 개인전을 가졌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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